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대표 김진호)의 ‘훈훈한 우정’이 구설수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동아제약과 GSK의 불공정 담합 행위에 대해 총 51억7천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특히 동아제약과 GSK의 ‘밀월 관계’는 지난 2000년부터 무려 13년 이상 유지되어 오면서 서로간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동아제약-GSK의 음흉한 공생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과 GSK는 지난 2000년 역지불합의를 맺고 특별 이익을 공여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다.
역지불합의란 신약특허권자와 복제약사가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는 대신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를 뜻한다. 동아제약과 GSK는 항구토제 조프란과 온다론을 두고 역지불합의를 맺었다.
2000년 당시 온단세트론 성분 항구토제 시장에서 GSK 신약 조프란이 100%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동아제약은 1998년 조프란의 복제약 온다론을 출시하고 다음해인 5월 온다론 약가를 조프란의 76%로 인하했다.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조프란도 따라서 가격을 내리는 등 선순환이 계속 일어났다.
경쟁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가격인하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GSK가 동아제약을 특허권 침해로 고소한 후 분쟁 과정에서 양사간에 ‘뒤틀린 협정’이 탄생했다. 강신호 회장은 GSK와 싸우기보다 경쟁을 없애서 이익를 극대화하기로 결정하고, 그 해 12월 GSK와 의향서를 교환했다.
이 역지불합의의 주 내용은 동아제약이 기출시한 온다론을 철수하고 향후 항구토제 및 항바이러스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는 대신, GSK는 동아제약에게 조프란, 발트렉스(항바이러스제) 등 신약 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후 동아제약은 즉시 시장에서 온다론을 철수했으며, 2000년 4월 GSK와 조프란 및 발트렉스 독점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강 회장의 판단은 ‘회사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에는 부합했다. 당시 자체 보유 오리지널 신약 없이 복제약 생산 및 판매에만 주력하던 동아제약에게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판매권을 부여받는 것은 매우 큰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는 것이었다.
특히 GSK는 동아제약에게 이례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조프란의 경우 목표판매량의 80% 달성 시 2년간 매출액의 25% 및 3년째 이후 매출액의 7%를 지급했으며, 발트렉스는 아예 판매량과 관계없이 5년간 매년 1억원씩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신약 판매 계약 관련 인센티브는 목표량의 100% 이상을 달성한 경우 초과달성량에 대해서만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런 '몹시 호의적인' 인센티브 조항 덕에 동아제약은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GSK는 ‘불공정 담합’을 통해 약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동아제약도 그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온다론은 사라지고, 조프란의 약가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는 선택권을 잃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조프란과 온다론을 매개체로 시작된 동아제약과 GSK의 ‘밀월 관계’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현재까지 10여년간 계속됐다.
공정위가 “동아제약과 GSK는 지난 2000년 계약 이후 지금까지 담합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강신호 회장은 그 외에도 신약 공동 판매, 지분 인수 등 GSK와 ‘훈훈한 우정’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은 GSK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신약 공동 판매를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이는 업계 1위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아제약과 GSK 사이의 우정은 지난해 5월 포괄적 사업 제휴를 맺으면서 더욱 끈끈해졌다. 당시 GSK는 동아제약에 1천429억원을 투자, 동아제약 지분 9.9%를 보유하는 대주주가 됐다. 동시에 양사는 제픽스, 헵세라, 세레타이드 등 여러 신약의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K와 계약을 맺은 제픽스, 헵세라, 세레타이드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전문의약품 분야의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어려운 제약 환경하에서도 동아제약이 15% 이상의 외형 성장을 견지하는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제약은 올해 3분기 매출액 2천451억원, 영업이익 293억원, 분기순이익 207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5.5%, 분기순이익은 84.2%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만 0.6% 감소했다.
이처럼 강신호 회장이 GSK와 피튀기는 경쟁보다 ‘달콤한 담합’을 통해 ‘밀월 관계’를 맺는 노선을 선택한 것은 회사에 큰 이익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여러 전문가들로부터도 동아제약의 미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담합 이후 조프란의 약가는 더이상 내려가지 않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약품을 공급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소비자들은 큰 피해를 봐야 했다. 이후에도 신약 공동판매와 복제약 개발 포기로 인한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짊어져온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공정위는 동아제약-GSK의 역지불합의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 19조를 적용, 시정명령과 함께 GSK에 30억4천9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2천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GSK는 이와 관련,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30억원의 과징금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제약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내부적으로 항소 여부를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