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등 IPTV의 관련 기기의 불량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통신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사에서 임대해주는 셋톱박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참기 힘든 소음'이나 '발열', 안전을 위협하는 '폭발'까지 다양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계약해지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위약금', '단말기 임대료 할인 요금', '장비 임대 할인요금' 등이 발목을 잡기 때문.
이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모두 통신 서비스 장애와 관련된 약관은 있지만 인터넷 단말기, 공유기, 셋톱박스 등 통신사에서 임대해주는 관련 기기 문제로 인한 해지와 관련해서는 약관에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이용약관과 계약서를 확인한 후 이용자 보호 소홀 여부를 조사한다. 하지만 장비로 인한 문제들은 크게 불거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웬만하면 통신사에서 처리를 다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업체 측과 원만한 해결을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라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 "알람시계야?" 참기 힘든 소음의 셋톱박스, 반복 교환해도 소용 없어
4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박 모(여)씨는 IPTV의 셋톱박스의 소음으로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임 씨는 지난해 1월 말 LG유플러스에 인터넷과 IPTV 결합상품을 3년 약정으로 가입해 사용하다 같은 증상으로 8번이나 AS를 받았다. 새벽 4시에서 5시쯤 일정한 시간마다 셋톱박스에 '띠-'하는 전기음이 들린다는 것이 임 씨의 주장.
보통 업데이트 시 발생하는 '윙-'하는 정도의 기기 작동 소리가 아니라 마치 알람소리처럼 매우 또렷하고 선명해 잠을 깨기 일쑤라고.
박 씨의 요청에 방문한 AS기사는 셋톱박스만 교체하고 돌아갔지만 채 한 달이 안 되어 또 같은 증상으로 접수를 해야했고 그렇게 총 여덟 번이 넘는 접수와 5번의 셋톱박스 교체를 진행했다.
또 똑같은 현상으로 마지막 AS접수를 신청했을 당시 위약금 없이 해지해주겠다는 설명을 기억한 박 씨는 결국 참다못해 통신사 측에 해지를 신청했지만 업체 측은 처음과 달리 위약금을 요구했다고.
박 씨는 "기기 이상으로 1년 넘게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부당한 위약금을 청구에 이어 추심업체에 넘기기까지 하다니 너무 뻔뻔한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 셋톱박스는 일정시간에 소리가 날 수 없으며 새벽 5시는 기사가 방문할 수 없는 시간이라 소음 역시 확인할 수 없어 위약금 면제되지 않는다"며 "월 장애 누적시간 72시간, 월 동일장애 5회 이상일 경우 위약금이 면제 되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약정 할인 반환금, 장비임대료 할인 반환금만 조정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인터넷은 월 3회 이상 동일 장애 발생 시 위약금 면제 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IPTV는 왜 약관이 다른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 했다.
◆ 셋톱박스가 수류탄처럼 펑~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사는 장 모(여.33세)씨는 얼마전 셋톱박스 폭발이라는 끔찍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해 7월 KT 결합상품에 가입해 사용해 오던 중 최근 화면에 기존에 없던 가로줄이 나타나 AS를 신청했다. 기사의 장비 점검 후 가로줄이 조금 흐려진 것 외엔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고.
혹시 TV문젠가 싶어 살펴보던 중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셋톱박스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행히 화재로 번지진 않았지만 큰 폭발음에 놀란 장 씨는 곧바로 점검을 요청했다.
방문한 기사마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기기 교체 및 폭발 장비를 수거해갔다. 이후 늘 불안한 마음으로 IPTV를 이용해야 했다는 것이 장 씨의 주장.
최근 4월 말 장 씨가 거주하는 건물 전체에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자 장 씨는 작년 폭발 사건이 떠올라 셋톱박스를 체크했고 아니나다를까 매우 뜨거웠다.
담당 기사는 "작년 일은 전기선 문제였으며 장비에는 이상이 없었으니 괜찮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가전에는 아무 이상없이 셋톱박스만 폭발한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장 씨는 같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 해지를 요청했다.
장 씨는 "빈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화재로라도 번졌다면 어땠을 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비일텐데 안전엔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작년에 일어난 일은 셋톱박스 수거 후 확인결과 기기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번 건은 셋톱박스와는 무관한 단순 통신 오류였다. 하지만 고객의 요청대로 IPTV는 위약금 없이 해지처리됐다"고 답했다.
◆ IPTV 셋톱박스서 신경 긁는 소음 "잠 좀 자자~"
서울 성북구 돈암동 임 모(여.28세)씨 역시 이용 중인 IPTV의 셋톱박스 소음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임 씨에 따르면 지난해 말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IPTV 결합상품에 가입 직후부터 자주 끊김현상이 발생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4월 초에는 IPTV 이용 시 화면이 멈추는 바람에 셋톱박스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교체한 셋톱박스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인가 싶어 셋톱박스의 전원을 꺼봤지만 소용없었고 아예 전선을 뽑고 나서야 잠잠해졌다는 것이 임 씨의 주장.
임 씨는 "소음 때문에 매일 보는 TV의 전원선을 꽂았다 뺐다 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며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셋톱박스 구조가 컴퓨터와 동일해 전원 코드를 뺐다 다시 꼽으면 자동 업데이트 기능이 구동되면서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며 "하지만 고객의 주장대로 심각할 정도의 소음이라면 내부적인 문제 때일 수 있으므로 교체 후 원인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