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ING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를 목전에 두고 돌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7월말 ING생명 한국법인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데 이어 지난달 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KB금융과 ING그룹간 최종 가격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다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 등에 부딪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 금융당국이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1조원대 현금배당 추진에 대해 제동을 거는등 대내외적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생보업계 5위인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KB금융은 ING그룹 측과 인수가격을 약 2조5천억원에서 2조7천억원 사이에서 결정짓기로 상당 부분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 인수가격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KB금융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에 나섰다.
실제로 몇몇 KB금융 사외이사들은 ING생명의 기업 가치와 계약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인수가격을 2조원대 중반 아래로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그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왔으나 일부 부정적 여론과 이사진들의 이견차로 곤욕스런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가격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프라이빗 딜(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협상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다"고 밝혔다.
ING생명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일부 사외이사 반대설 등에 대해서는 "이달 초 임시이사회가 있지만 ING생명 인수건 때문은 아닌 걸로 안다"며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인수할지 말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조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협상이 한달가까이 지연되면서 일부에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ING생명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민은행이 지주사에 1조원 가량을 중간배당하고 나머지는 주요 계열사에서 회사채 발행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때 아닌 '고배당' 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제권고를 받았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2010년말 자회사인 하나은행으로부터 1조9천300억원의 배당을 받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일한 인수 주체인 KB금융이 인수가를 낮추기 위해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실제로 ING생명 한국법인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당시 인수가격이 3조5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KB금융만 단독입찰에 참여하면서 당초보다 1조원 낮은 2조원 중반대까지 내려갔다.
증권시장에서는 ING생명 한국법인의 기업 가치가 2조원 중반대면 좋은 조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ING생명 한국법인의 자기자본은 2조원인데 만약 2조5천억원에 산다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2배로 국내 보험사들의 밸루에이션(1.2배)과 비교해 봐도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며 "특히 ING생명은 경상이익이 매년 2천억원이 나면서 ROA(총자산순이익률)가 10%인데 은행들도 내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KB금융이 프리미엄 없이 ING생명을 인수하기 때문에 가격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면서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해서 얼마만큼 잘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KB는 리테일 고객이 많고 ING는 영업인력이 강해 시너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