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기존의 체크카드에 소액의 신용한도를 부여해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 카드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기능을 제한적으로 추가함으로써 체크 카드 이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소비자단체에서는 과소비 방지라는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사용 유도 정책에 발맞춰 체크카드에 월 30만원 가량의 신용한도를 부여하는 하이브리드카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나SK카드는 지난해 11월부터,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외환카드도 최근 동참했다.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도 올 상반기 중에 하이브리드카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드사들이 도입한 하이브리드 카드 서비스는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만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신용도에 따라 한도가 부여된다. 고객들은 날짜를 지정해 자신이 외상으로 사용한 금액을 카드사에 지불하며 이를 연체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되고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드사들은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통해 체크카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크카드에 신용카드의 장점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의 경우 하이브리드 서비스 도입후 최근 체크카드에 대한 소액신용한도 설정을 신청한 고객이 10만3천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체크카드 사용 일시한도가 부족해 승인거절이 나는 경우가 있어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30만원 이하에서 제공되는 만큼 과소비의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체크카드에 신용결제 능력이 더하는 것은 과소비 억제라는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신용카드 규제를 강화하고, 체크카드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신용등급 6등급 이상으로 강화한데 이어 체크카드에 신용한도를 부여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체크카드 발급과 이용실적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9월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61조1천964억원으로 전년 동기(48조4천223억원)대비 26.4% 증가했다. 체크카드 발급수는 지난해까지 총 1억장을 넘어섰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체크카드 이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체크카드에 신용한도를 부여할 경우 가계부채 해소에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체크카드에 일부 한도를 부여하는 서비스는 과소비 억제를 위한 체크카드 시장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 창출 등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미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해당 서비스가 체크카드 활성화 유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고 말했다.
전업계 카드사들의 지난해 9월 기준 연체율 총채권은 73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02조원)보다 4.1%늘었다. 1개월 이상 연체채권비율 또한 작년 9월 1.58%에서 올해 1.69%로 증가하는 등 여신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이처럼 카드 연체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별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크카드에 외상거래 기능을 더할 경우 과소비 억제 효과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카드 서비스에 명운을 걸고 있는 실정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