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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편면적 구속력 부여 놓고 백가쟁명...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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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편면적 구속력 부여 놓고 백가쟁명...쟁점은?
첨예한 입장차...금융사 법적 리스크 우려 여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10.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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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편면적 구속력' 부여를 놓고 금융권에서 갑론을박이 첨예하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소비자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는 소를 제기할 수 없고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하는 제도다.

금감원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는 분조위의 권고안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려면 편면적 구속력 부여가 절실하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위원회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적 리스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모습이다.

◆ 금융위-금감원 첨예한 입장차 보여...국회 관련법 제정 및 절충안 제시

금감원은 분쟁조정안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8월 라임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쟁조정 권고안 수용여부 마감일을 앞두고 임원회의를 통해 편면적 구속력이 부여돼야 한다고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금감원은 분조위 자체의 객관성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들도 증원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쟁조정 처리를 위해 외부 법률·의료 분야 자문위원 풀을 기존 106명에서 155명으로 확대하고 분조위 자체적으로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 및 분쟁해결방안 강구 등을 위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에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면 소비자보호가 두터워지는 측면에서는 이해하지만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도 있고 금융위도 도와주고 있어 금융기관만 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지난 8월 이용우 의원은 분조위 권고안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지난 8월 이용우 의원은 분조위 권고안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액분쟁조정에 대해 조정안을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회사의 수락 여부와 상관 없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해 분쟁조정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최근 금융회사들이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보이거나 아예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조위 권고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선진국들에서는 소액분쟁사건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금융회사의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 또는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법안발의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발의된 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해야하는데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어 상임위 통과부터 낙관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분조위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보다 현재 분조위 조직을 개편해 분조위 권고안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완하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분조위 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분쟁조정위원 추천 공식화 ▲분조위원 임기 확대(2년→3년) ▲분조위원 풀 확대 및 추첨 참가 ▲분조위 규정 재개정은 분조위 의결로 결정 ▲분조위 의견진술기회 보장 ▲분조위 회의참석 필수인원 규정 ▲분조위 회의 개최 빈도 확대 등 7가지 개선안을 제안했다.


특히 분조위원 수를 늘리고 선정과정 등을 투명화해 금융회사들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객관성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현행 분쟁조정위원 28명 중에서 법조계와 학계(각 10명) 인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금융권 인사는 2명에 그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5년 간 보험을 제외하고 은행, 증권분야에서 분쟁조정이 25건 있었는데 향후 구조적으로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어 분조위 결정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금융상품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의미있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분조위가 보다 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상당히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금감원과 국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적 리스크는 문제 없을까?

분조위 권고안의 편면적 구속력이 발휘된다면 금융회사들이 우려하는 법적 리스크는 해결될까?

금융회사들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편면적 구속력이 부여된다면  금융회사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가 박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분쟁건에 한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더라도 해당 건이 선례가 될 수 있어 향후 동일 또는 유사 분쟁건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하지만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를 근거로 편면적 구속력 부여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모든 분쟁건이 아닌 2000만 원 이하 소액분쟁에 한해서 적용한다면 금융회사에 대한 리스크도 줄이고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소비자 입장에서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이라 할지라도 공공복리를 위해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보호 목적이 분명하기에 편면적 구속력을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또한 사전적으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에 만전을 기할 효과와 사전 억제력도 있고 도입 후 금융회사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면 판결을 받고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나타냈다.

더 나아가 고 교수는 "분조위의 근본적 개편을 위해서는 금감원이 운영하기보다는 별도로 독립해 상위기관이 관장해야 분쟁조정의 실효성과 공정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분조위원장도 금감원 인사가 아닌 외부위원으로 임명하는 것도 중립성 보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들도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열위인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처럼 정보의 비대칭이 크고 금융분야가 특별히 정부와 금융회사의 유기적 공조가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편면적 구속력 부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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