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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입원치료도 암보험 지급해야" 법원 판결로 암보험금 갈등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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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입원치료도 암보험 지급해야" 법원 판결로 암보험금 갈등 해소될까?
보험업계 "도덕적 해이 우려" 반발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3.04.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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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송 모(여)씨는 2018년 7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유방 한쪽을 절제하는 수술을 감행했다. 이후 경과를 살피기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데 첫 정기검진에서 조직 검사를 재권유 받아 3개월에 한 번씩 뼈스캔, CT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방암 특성상 전이와 재발이 높고 특히 송씨의 경우 기수가 높기에 대학병원 측 권유로 요양병원에서 고주파 치료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송 씨는 보험사로부터 입원 보험금 약 150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해사정인 조사를 마쳤음에도 의료자문 결과 "요양병원서 받은 치료가 직접적인 암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결론났기 때문이다.

사례 2#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검사 및 수술을 받았다. 이후 후유증 치료 및 화학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위해 요양병원에서 8월부터 12월까지 약 120일간 입원했다. 박 씨는 보험사에 암 입원금을 청구했으나 30일분만 지급하고 나머지 90일분은 거부 당했다. 손해사정 결과 방사선 치료 이후 잔존 종양, 재발 등은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는 게 이유였다. 박 씨는 "담당 주치의의 진료일이 확정되기도 전에 보험사 판단하에 재발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라며 "견디기 힘들어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는데 입원비를 보상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사례 3# 대구 달서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해 8월 폐암을 진단받고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치료 및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보험사는 최초 두 달간의 입원비는 지급했지만 추후 청구된 약 610만 원의 입원비는 "암 치료를 위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박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암으로 입원할 경우 3일 초과 1일당 120일 한도로 입원비를 보장한다'는 내용과 직접적인 치료에 해당하는 보장금액은 별도로 기재돼 있었다. 박 씨는 "말기 암, 잔존 암, 암 전이 등을 치료하기 위한 입원비마저 거부한 것은 약관에 어긋난다"며 "암 입원금 혜택도 120일 뿐인데 어디서 치료를 받으란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암으로 인한 요양병원 입원 치료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어떤 파급 영향이 있을 지 주목된다.

그동안 보험사는 요양병원에서의 입원 치료는 암 완치를 위한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원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소비자와 갈등이 잦았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와 가입자 간 소송에서 재판부는 '직접'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인데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보험사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가 기각 당하자 판결을 수용했지만, 보험업계는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조건이 완화될 경우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암 수술 이후 치료차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약물을 사용했다' '치료 효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사들이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 보험사를 막론하고 발생하는 분쟁이다.

쟁점은 암 수술 이후 요양병원 입원이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보험사는 면역력 강화 등 사후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암 치료를 위한 직접적인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 재발 확률이 높고 경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면 입원일수 제한으로 퇴원을 권유당하고 직접적인 간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19 창궐 이후 대형병원에서 약 15만 원 상당의 코로나 검사를 강제하고 다인실을 고집하는 등 입원이 엄격해지면서 요양병원 치료가 더욱 늘어났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과 보험사 간 보험금 지급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다. 지난해 11월에는 DB손해보험이 암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은 ‘직접적인 암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앞서 2018년에는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자들과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놓고 소송해 승소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금융당국은 이를 부당 미지급으로 보고 제재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병원에서 갑상선암 절제술을 받은 뒤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은 A씨에 대해 보험사가 입원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암 완치 여부는 현대의학으로 쉽게 판별할 수 없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지나야 완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암 치료법이 완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병원에서 사실상 퇴원을 강요하는 사례가 있어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치료를 받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이 맞기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보험사는 '최초로 암이 진단 확정됐을 때 지급한다'는 약관을 들어 위암에 이어 갑상선암을 또 진단받은 A씨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직접 치료로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데, '직접'이라는 표현은 추상적"이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보험사는 항소심을 받아들여 판결이 확정됐다.

보험업계는 암보험 관련 입원비 지급 조건이 완화될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국내 손보사들은 일부 요양병원이 암 환자를 대상으로 과잉치료를 행하고 병원비 300만 원 이상이 될 경우 치료비의 10% 이상을 돌려주는 리베이트를 제안하는 행위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의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20년 요양병원 의료비 지급 보험금은 월 평균 50억 원에서 지난해 53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며 "일부 요양병원들이 암 환자 과잉 치료로 보험금 손실이 이어질 경우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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