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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품질인증부품 1576개, 국산차 335개...국산차는 왜 굼벵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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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품질인증부품 1576개, 국산차 335개...국산차는 왜 굼벵이 걸음?
BMW·벤츠·폭스바겐 각 350개 이상, 한국GM·르노 '0'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6.2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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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부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품질인증부품(인증대체부품) 개발이 국산차 부문에서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정부품(OEM부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구조,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차량을 보험수리 하는 경우 보험사를 통해 수리비가 지급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순정부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도 이유로 분석된다.

22일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국산차를 위한 품질인증부품은 현재 총 335개다. 전체 품질인증부품 중 17.5%에 불과하다.

브랜드별로는 기아가 181개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125개, KG모빌리티는 29개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품질인증부품이 아예 전무했다.

이와 달리 수입차용 품질인증부품은 총 1576개로 국산차보다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BMW의 품질인증부품이 390개로 가장 많았고 벤츠와 폭스바겐도 각각 374개, 359개로 300개 이상이었다.
 


자동차 제조사의 주문으로 생산된 부품을 순정부품(OEM부품)이라 하며 인증기관으로부터 성능과 품질을 인증받은 대체부품을 품질인증부품(인증대체부품)이라 한다. 

품질인증부품은 제작사가 인증한 순정부품과 성능·품질이 거의 동일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서 공시한 자동차 부품 가격 정보에 따르면 수입차의 경우 품질인증부품이 순정 대비 약 40% 저렴한 편이다.

국산차 역시 약 9~15% 저렴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 6세대 그랜저의 전면 좌측 휀더는 품질인증부품이 9만3500원으로 순정부품보다 15% 저렴하다. 
 


정부에서는 지난 2015년 '자동차 대체부품의 성능 및 품질인증사업(대체부품 인증제)' 시행을 시작으로 품질인증부품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2018년 2월부터는 자동차보험 자차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으로 교환하면 순정부품 가격의 25%를 환급받을 수 있는 '품질인증부품 환급 특약'도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 대부분 국산차 위주인 상황에서 품질인증부품이 마련되지 않아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중 국산차 비중은 87.5%에 달했다.

국산차용 품질인증부품이 이처럼 적은 것은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완성차 업체 납품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차량 부품 업체들 입장에서는 순정부품보다 저렴한 인증대체부품을 판매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의 신경을 거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와 신뢰도가 낮은 것 역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차량 사고로 인한 보험 수리 과정에서 순정부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사고를 당한 차량을 보험수리하는 과정에서 보험사를 통해 금액이 지급되다 보니 차주가 순정부품을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순정부품과 품질 차이가 없는 품질인증부품인데도 차량 제조사 마크가 없다는 이유로 품질을 의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는 수입차 위주로 품질인증부품 시장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나 국산차를 위한 부품도 점차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측은 "'대체부품 인증제' 시행 초기에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부품 회사가 대체부품을 제조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며 "2017년에 국산차를 위한 인증대체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허가된 이후에는 점차 개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이외에 타 브랜드 부품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 차종 위주로 인증대체부품이 출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품질인증부품 역시 현대차·기아 차종을 위한 부품을 먼저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품질인증부품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품질인증부품은 순정부품보다 열등한 부품이 아닌 품질과 성능 측면에서 대등한 부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품질인증부품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며 "근본적으로 '품질인증부품은 순정부품보다 나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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