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고작 밸브·범퍼 부품 없어서 자동차 수리 몇 달째 지연...부품 공급난에 속수무책
상태바
고작 밸브·범퍼 부품 없어서 자동차 수리 몇 달째 지연...부품 공급난에 속수무책
수입차에 국산차까지 고질적 부품 부족 사태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6.19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부품 재고 부족으로 수리가 수 개월간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복잡한 부품이 아닌 범퍼나 밸브 등 비교적 단조로운 부품인데도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마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은 판매에만 급급하고 AS에 필요한 부품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물류 대란과 반도체 부족 등으로 인해 빚어진 부품 부족 문제가 올해에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6월 초 약 1억1000만 원짜리 수입차를 구매했다. 차량을 인도받은 후 주행한 지 2시간 만에 배기가스 고장 때문에 엔진경고등이 들어와 수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수리에 필요한 배기가스 관련 밸브가 국내에 없었던 것이다.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부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만 최소 한 달은 걸리며 그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김 씨는 "차량을 인도받자마자 차가 고장 나는 것도 원통한데 작은 부품 하나가 없어 수리를 못 받는 게 더욱 말이 안 된다"며 "제조사와 딜러사가 서로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는 동안 차량은 운행하지 못하고 현재 서비스센터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입차 브랜드 측은 "수리 지연으로 고객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딜러사에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객과 소통하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품 부족 문제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지프 등 수입차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의 국산차에서도 단순 부품이 없어 수리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남 모(여)씨는 지난 4월 국산 준대형차를 약 4000만 원에 구매했다. 남 씨는 지난 6월 초 불의의 사고로 전면 범퍼에 달린 전방 레이더 부품을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수리를 맡긴 공업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현재 부품이 없어 10월은 돼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남 씨는 해당 부품 제조업체에도 문의했으나 현재 재고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남 씨는 "차량 동호회에도 같은 부품이 없어 문제를 겪는 차주들이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충북 제천시에 사는 임 모(남)씨 역시 신차를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품 부족으로 AS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2022년식 하이브리드 차량의 전면부가 파손돼 공업사에 수리를 맡겼으나 범퍼 그리드 부품이 없어 수리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 씨는 "서비스센터에 문의했으나 '생산이 지연된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현재는 파손된 차량을 그대로 타고 다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지연되는 문제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차 생산에 부품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느라 AS에 필요한 부품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차량 부품 공급난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금도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어쩔 수 없이 지연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특정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수요 부족으로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해외 부품 업체가 화재 등 사고로 갑자기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만 발생해도 전체 부품 공급망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부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고객에게 빠르게 부품을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일부러 AS망에 부품을 늦게 공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는 차량을 최종 판매한 날부터 8년 이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자동차 부품 보유기간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는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비하지 않아 소비자가 제때 차량 수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나서 차량 제조사가 수리용 부품을 필요한 만큼 보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차량 제조사가 부품을 구비하지 않는 행위는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하는 것임에도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며 "정부에서 차량 부품 보유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관련기사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