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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 1달 만에 심하게 하부 녹슨 신차…"안전상 문제없어" 황당한 보증수리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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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 1달 만에 심하게 하부 녹슨 신차…"안전상 문제없어" 황당한 보증수리 거절
부식 원인 놓고 소비자와 갈등 잦아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5.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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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아산시에 사는 조 모(남)씨는 지난해 수입 RV 신차를 구매한 뒤 1개월 만에 차량 하부에 녹이 심하게 슨 것을 알게 됐다. 카센터에서 확인해 본 결과 쇼크 업소버 부근을 비롯해 여러 곳이 부식된 상태였다. 조 씨는 제조사에 보상수리를 문의했지만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수리를 거절당했다. 조 씨는 "신차를 구매한 지 한 달 만에 이렇게 녹이 날 수는 없다"며 "같은 차량을 운행하는 동호회 회원들도 이렇게 녹이 심한 차량은 처음 봤다 말할 정도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구입한 지 1개월 만에 차량 하부에 부식이 발생했다
▲구입한 지 1개월 만에 차량 하부에 부식이 발생했다

#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오 모(남)씨는 지난해 2월 국산 SUV 차량을 구입한 지 3개월도 안 돼 머플러에 녹이 슨 것을 발견했다. 오 씨는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요구했지만 역시 기능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AS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오 씨는 "새 차나 다름 없는데 녹이 슬어 너무 화가 난다. 판매만 하면 끝이고 사후 서비스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송 모(남)씨는 지난해 계약 후 6개월을 기다린 끝에 국산 소형 SUV 신차를 인도받았다. 하지만 새로 온 차량을 살펴본 결과 트렁크 일부에 부식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송 씨는 "꼬박 6개월을 기다려 받은 차량의 트렁크가 녹이 슬다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이 때문에 인수 거부 후 6개월을 꼬박 더 기다려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 차를 구매한 지 1년도 채 안 돼 차량에 녹이 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나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수리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는 품질 및 제조상의 문제라며 책임을 묻지만 제조사는 운전자의 관리 부실이나 환경적 요인, 안전과 무관하다는 등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기 일쑤다.  

차량 부식은 외관상으로 보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부로 부식이 번질 경우 안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당장은 미세한 녹이라고 할지라도 심각한 부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차량 하부 부식에서부터 전면 그릴, 운전석 문, 트렁크, 머플러 등 곳곳에서 녹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부식은 연식이 오래된 차에서 발생하지만 1년이 되지 않은 차량이나 심한 경우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녹, 부식을 발견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GM, KG모빌리티, 벤츠, BMW, 아우디, 포드, 폭스바겐 등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다.

제조상 부식의 원인으로는 금속에 녹이 스는 것을 막는 방청 처리가 부실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아연도금강판이나 알루미늄처럼 내식성이 좋은 소재 사용이 덜한 경우에도 부식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나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관리 부실로 맞선다. 예컨데 폭설이 잦아지면서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는 일이 많아졌는데 수분이 염화칼슘의 염분과 반응해 차체 강판을 부식시킬 수 있는 용액을 형성하면서 차량에 녹이 슬 수 있고 이는 제조 불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차 부식 문제에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차량을 제조할 때 부식을 최소화한 소재를 사용한다"며 "도장이나 마감 등에서도 방청에 신경을 많이 쓰기에 신차 부식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방청 처리가 부실할 경우 차체에 녹이 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방청 처리가 부실할 경우 차체에 녹이 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녹·부식 관련 소비자 불만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나 관련한 법규는 전무한 상황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만 후드·도어·필러·휀더·루프 등 외관 관통부식의 품질보증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신차에 발생한 녹은 관통부식에도 포함되지 않아 무상 보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 업계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자사 보증기간 등을 기반으로 대부분 부식에 대해 3년~5년 내외의 무상보증 규정을 두고 있다. 관통부식(차체 외판에 녹으로 구멍이 생긴 경우)이 발생했을 때는 현대차와 기아는 승용차 7년/무제한km, 사업용 차량은 7년/14만km 보증을 제공하며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부식에 대해 12년 보증을 제공한다. 렉서스도 관통부식에 6년의 보증기간을 운영한다. 다만 어떤 부품인지에 따라 보증기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각 차량별로 보증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서비스센터에서는 운전자 과실, '안전·기능상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수리가 거부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국내 완성차 업계 중에서는 현대자동차만 녹·부식 관련 보증 제외 사항을 구체적으로 사이트에 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교통사고·충돌 등이나 환경오염, 차량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발생한 녹·부식에 대한 보증을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느 부위에 녹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AS 처리가 달라진다"며 "관통부식으로 기능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과 단순히 미관상으로 보기 좋지 않은 것에는 처리하는 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차에 녹이 슬었다는 것은 차량 제작 과정에서 방청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인 만큼 차주가 수리를 요구할 때 소비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AS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차량 제조사에 내식성이 뛰어난 소재 사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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