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8월 부정출혈이 심해 병원에 방문했다. 병원에선 이 씨에게 회복이 빠른 하이푸 시술을 권유했고 그는 한 시간 가량 시술 뒤 하루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치료비·입원비로 청구된 약 1000만 원을 보험사에 보험금으로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은 "시술 후 아무런 징후가 없었기에 입원의 필요성이 부족해 통원 치료만 인정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 청주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5월 복부 통증과 하혈 등으로 병원을 찾았고 의사 권유로 하이푸 시술을 받았다. 박 씨는 당일 입원 후 퇴원했으며 치료비와 입원비는 600만 원 가량 청구됐다. 박 씨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은 지방법원에서 하이푸 시술 후 입원치료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례가 나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궁근종으로 하이푸 시술을 받은 뒤 입원하는 경우 보험사로부터 입원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그동안 하이푸 시술은 개복이 필요없는 치료다보니 입원의 적정성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끊이질 않았으나 올해 초 대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보험금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올 1월 대법원(2024다296893)은 하이푸 시술 후 입원 치료비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간 소송에서 '비침습적 시술 및 단기간 입원이 보험약관상 인정되는 '필수적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간 하이푸는 비급여 비중이 높아 실손보험 누수 원인으로 꼽혀왔는데, 이번 판결로 보험사의 판단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따라 병원 측 권유가 있었더라도 입원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를 오가는 거액의 입원비와 수술비를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하이푸 시술 후 의사의 권유로 낮병동에 입원했다가 보험사가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낮병동이란 입원치료와 외래치료를 합한 것으로 낮에 6시간 이상 체류하며 증상관리를 진행하는 걸 의미한다.
이같은 분쟁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대부분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궁근종은 35세 이상 가임기 여성 중 40~50%가 앓고 있는 흔한 여성 질환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비수술치료 ▶수술치료 등이 있는데 대부분 개복과정이 필요없는 하이푸 시술을 찾는 편이다. 하이푸 시술이란 고강도 초음파를 집적시켜 자궁근종과 선근증의 병변만을 고온으로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절개와 전신마취 없이 시술함으로 퇴원 후 일상생활에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하이푸 시술은 고액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술에 속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푸시술은 최소 300만 원에서부터 최대 1500만 원까지 책정되고 있다.
고액의 치료비가 소요되는 만큼 소비자들은 당연히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리라 판단해 시술과 입원치료를 택하는 사례가 많다.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치료비 등은 대부분 보험금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이푸 시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가격 기준이 없어서 과잉진료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하이푸 시술 장비가 고가이고, 치료비가 상당한 고액으로 원고가 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면 하이푸 시술을 선택했을지 의문인 사정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2월 자궁근종 치료 목적으로 하이푸 시술을 받은 뒤 보험사에 1312만 원 가량의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통원치료비 지급 책임만 인정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하이푸 시술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인정했으나 A씨가 받은 하이푸 시술이 보험약관상 입원치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 또한 결과는 같았다.
대법원은 하이푸 시술의 직접적인 시술시간이 30분 이내로 짧고 특별히 침습행위가 수반되지 않아 시술 후 퇴원에 이르기까지 6시간 이상 입원실 등에 체류하며 경과 관찰 등이 이뤄질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통원을 감당할 수 없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험약관상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측은 비급여 항목의 경우 통원이 아닌 입원을 유도하는 병원이 많기에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은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며 "실손보험은 통원을 안 해도 되는 치료에 입원치료를 권유하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그에 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비급여 항목 비중이 높은 하이푸 치료는 과잉진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나왔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하이푸는 비급여 비중이 90% 가량 차지하고 있고 비급여 항목이 높다는 건 보험금이 누수될 확률이 크다는 의미"라며 "백내장, 비급여 주사제, 발달지연 등의 비급여 이슈가 워낙 많은데 하이푸도 못지 않게 비급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과잉진료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