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의 막내아들인 허승조(75) 전 GS리테일 부회장은 GS그룹과 태광그룹 경영에 참여한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 GS리테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사돈기업인 태광그룹 경영에 관여하다가 현재는 두 그룹에서 모두 발을 뺀 상태다.
현재 허승조 전 부회장 일가는 (주)GS 지분 2.68%를 보유하고 있고, 두 딸이 100% 지분을 가진 프로케어를 경영 중이다.
일가들이 보유한 (주)GS 지분은 많지 않은 편이다. 창업주 삼남인 고 허준구 일가는 15.8%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 장남 허정구 일가 14.5%, 사남 허완구 일가 8.7%, 사남 허신구 일가 4.52% 등이다.

프로케어는 허승조 전 부회장의 처남인 이호진 회장의 태광그룹과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키웠지만, 2023년 관계가 틀어지면서 고사위기에 몰려 있다.
지주사 배당금 외에는 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추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상속, 증여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GS는 프로케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는 허창수 GS건설 회장과 허지안·민경 씨가 사촌인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GS그룹 계열사에 속해 있다.
◆내부거래로 자생력 잃은 프로케어, 일감 끊기자 매출·영업익 곤두박질
프로케어는 5년여 전만 해도 130억 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최근 2년간은 13~1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 원, 당기순이익은 1억 원에 그친다.
태광그룹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80% 이상이던 시절 허지안(45)·민경(43) 씨는 매년 각각 5~8억 원을 배당받았다. 2022년부터는 프로케어 수입원이 끊기면서 배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고 태광그룹 실적이 악화되면서 허 전 부회장은 2017년 9월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그룹을 진두지휘했다.
이호진 전 회장 입장에서 허승조 전 부회장은 누나인 이경훈 씨와 결혼한 매형이다.
당시 허 전 부회장은 태광그룹 산하 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 등 3개 재단의 이사장을 맡았고, 태광산업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허승조 체제 구축’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실제 허 전 부회장은 당시 태광산업 각자 대표로 LG 출신 정찬식 전 사장과 효성 출신 박재용 전 사장을 선임했다. 정 전 사장은 과거 LG그룹 재직 당시 허 전 부회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허 전 부회장이 태광그룹의 실세로 거듭나면서 개인회사였던 프로케어 역시 내부거래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2018년 매출 115억 원 중 93%인 107억 원이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를 통해 발생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87%를 기록했다.
프로케어는 흥국생명 광화문 본사, 강남·영등포 사옥, 연수원 등 태광그룹 계열 시설의 관리 계약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이 2021년 10월 출소하면서 허 전 부회장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
이 전 회장이 복귀한 지 4개월 만인 2022년 2월 허 전 부회장은 태광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3월 정 전 사장과 박 전 사장도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출소 후 자신의 사람들로 이사진을 꾸리면서 허 전 부회장과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허 전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GS그룹이 전 계열사에서 흥국생명의 퇴직연금 거래를 끊었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따라 프로케어도 태광그룹으로 받던 내부거래가 모두 끊어졌다.
눈여겨 볼 점은 프로케어는 내부거래를 하기 전 80~90억 원의 매출을 내던 회사였다. 내부거래로 매출은 50%가량 늘었지만 태광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독자 생존 체계는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거래가 활발하던 시절 300명이 넘던 직원 수는 3명으로 줄었다.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케어와의 통화 연결은 수차례 시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허 전 부회장은 한때 그룹 유통의 핵심인 GS리테일 경영을 맡을 정도로 그룹 중심에 있었다. 아직까지 (주)GS 지분 2.16%는 보유하고 있다. 현재 허승조 일가의 유일한 수입원은 (주)GS의 배당이다. 지분가치는 1155억 원(12일 종가 기준)이다.
허 전 부회장은 1997년 LG상사 마트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입사해 그룹 경영에 발을 들였으며, 이후 마트사업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 GS리테일 사장에 올랐다.
GS그룹이 2005년 LG그룹에서 분사한 뒤에도 GS리테일에 남았다. 이어 2008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2015년 12월 용퇴할 때까지 7년간 GS리테일 경영을 총괄했다.
GS리테일에서 경력을 쌓을 당시 허 전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핵심 인사로 평가됐다.
허 전 부회장은 임기가 1년 남은 2015년 65세에 조카 허연수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지를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한창 경영일선에 있어야 할 나이였지만 GS그룹의 2세 경영이 막을 내리면서 불가피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GS리테일 미등기 상근 임원으로 자문 역할을 맡았지만 2021년부터는 이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현재 그룹 내 공식 직함은 없다.

허 전 부회장은 2024년도 배당으로 (주)GS에서 54억 원을 받았다. 허지안 씨 6억7745만 원, 민경 씨 6억2778만 원을 받았다.
허 전 부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930억 원이다. 허지안 씨 116억 원, 민경 씨 108억 원이다. 자녀세대 승계율은 19.4%이고 지안 씨 10.1%, 민경 씨 9.3%다. 4세에 대한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주)GS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형제 일가들과 달리 지주사 배당금 외에는 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추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상속, 증여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