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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불통센터! ②] 상담원 연결, ARS·AI 뒤에 꼭꼭 숨어...비용과 시간은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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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불통센터! ②] 상담원 연결, ARS·AI 뒤에 꼭꼭 숨어...비용과 시간은 소비자 몫
기업은 인건비 절감, 이용자는 불편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5.09.0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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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던 고객센터가 챗봇과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담원 연결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반복되는 절차와 기계적인 답변에 소비자 불만은 쌓여만간다. 특히 디지털 이용이 서툰 고령층, 장애인은 사실상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객센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가전·렌탈업체부터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까지 고객센터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고객센터 상담은 갈수록 고역이 되고 있다. 상담원과 직접 통화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돼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센터에 전화만 걸면 한 두번의 번호 입력으로 바로 상담원 연결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보이는 ARS, AI상담원 등을 거치며 수 개의 단계를 지나야 겨우 도달할 수 있다.  

대부분 고객센터 전화 시 '보이는 ARS / 누르는 ARS 선택 → 상담유형 선택 → AI상담원/채팅상담 등을 마쳐야 상담원과 연결됐다. 다단계를 거쳐야 해 대기 시간이 있지 않더라도 상담원과 통화하기까지 수분~수십분의 통화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시중 4대 은행과 8개 카드사, 14개 가전렌탈업체를 조사한 결과 상담원과 연결 시 짧게는 두 단계, 많게는 다섯 단계를 지나야 했다. 시간도 대략 3분가량이 소요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실제 상담원 연결까지 총 네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은 대부분 비슷한 구조로 고객센터를 운영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실제 상담원 연결까지 총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표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면 보이는 ARS와 누르는 ARS를 선택해야 한다. 그 다음 송금, 민생회복 소비 쿠폰 신청 등 문의 항목을 선택한 뒤 상담직원 연결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일반 상담원과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AI 상담원이 먼저 받는다. AI상담원에게 '상담원 전화 연결'을 요청해야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원 연결을 위해서는 최소 네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AI 상담원에서 바로 상담원 연결을 못할 경우  AI상담사와 계속 통화가 진행된다.

국민은행 AI상담원에 '자동이체'라고 문의시 발송된 URL 링크를 접속하면 하단에 '상담원 연결' 버튼이 있다. 해당 버튼을 클릭해야 상담원과 연결된다. 
 

▲현대카드 ARS로 상담사 연결 시 최소 4개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현대카드 ARS로 상담사 연결 시 최소 4개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8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는 콜센터로 전화해도 상담원 연결 항목이 없다. 음성 안내를 통해 세부 항목을 클릭해야만 '상담원 연결' 항목을 들을 수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상담원 연결까지 총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보이는 ARS'로 연결된다. '보이는 ARS'를 이용하려면 통화를 끊지 않은 채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안내 링크를 눌러야 한다.

보이는 ARS로 먼저 접속한 후 맨 밑에 있는 '누르는(음성) ARS 연결' 버튼을 누르면 보이는 ARS가 종료된다. 이후 안내 멘트를 듣고 원하는 민원 내용을 누르면 그제서야 상담원 연결이 된다. 

BC카드는 홈페이지에 기재된 고객상담 번호로 연락시 보이는 ARS로 자동 연결된다. 보이는 ARS 창에서 상담사 연결을 클릭하면 '1533'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새롭게 안내해준다. 고객은 해당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야 실제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다. 통화를 위해 최소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이는 ARS나 AI 상담원 도입은 콜센터 직원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민원은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AI 고도화를 통해 고객들의 편의를 증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오텍캐리어, 교원웰스 등 주요 가전·렌탈업체 14곳을 조사해본 결과 가전 및 렌탈 업계에서는 코웨이와 쿠쿠전자, 청호나이스가 실제 상담사와의 연결 과정이 복잡했다.
 
코웨이는 콜센터로 전화하면 음성 ARS와 보이는 ARS 중 고르고 이후 개인고객인지 법인고객인지부터 선택해야 한다. 보이는 ARS로 연결하면 하단에 '챗봇 상담'과 '상담사 채팅' 버튼이 있다. 만약 보이는 ARS를 선택한 후 일반 상담원과 연결하고 싶다면 하단에 있는 음성 ARS 버튼을 클릭해야 한다.

음성 ARS로 연결하면 상담사 연결이 가능하나 개인 고객과 법인 고객 중 선택한 다음 민원 내용을 누르고 계약자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에야 통화가 된다. 총 4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해 기존 음성 안내와 함께 '보이는 ARS'를 추가로 도입했다"며 "보이는 ARS 이용 시 상담 연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기존 음성 안내 과정에서 발생하던 장시간 대기나 잘못된 입력으로 인한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쿠전자도 마찬가지로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콜센터 ARS로 연락시 카카오톡 상담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AS 접수 등을 먼저 권유한다. 1단계로 카카오톡 상담, AS 접수 및 이전 설치, 렌탈 고객 멤버십 가입 고객 문의, 제품 구입 및 렌탈 가입 문의 항목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AS 접수 및 이전설치' 클릭시 고장 진단, 서비스 센터 안내, 이전 설치 위치 변경을 또 눌러야 하며 서비스 센터 안내 클릭시 △일반 제품 서비스 안내 △렌탈 관리점 또는 편의점 안내 △카카오톡 상담 안내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후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청호나이스는 총 3단계를 거친다. 먼저 '보이는 ARS'와 '일반 버튼식 상담'을 선택한 다음 보이는 ARS 링크를 클릭한 후 하단에 있는 '상담원 연결' 버튼을 클릭해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어떠한 경우도 상담원 연결이 구만리인 셈이다. 이과정을 지나는 시간과 비용은 또 소비자 몫이다.

상담사 연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상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대부분 고객센터가 1588·1577·1566 등 유료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이 된다.

요금제로 정해진 부가 음성 통화량을 초과하면 통상 부가세 포함 1분당 1.98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유선전화는 3분당 39원의 요금이 발생한다. 상담원까지 연결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킬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 효과와 이윤만 챙기는 반면 소비자들만 불편과 추가 비용을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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