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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전기차 살 때 배터리 성능 확인 불가능?...현대인증중고차·엔카·케이카, SOH 정보 고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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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전기차 살 때 배터리 성능 확인 불가능?...현대인증중고차·엔카·케이카, SOH 정보 고지 안 해
플랫폼 업체들 "기준 달라 SOH 개별 안내 불가"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12.08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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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중고차 플랫폼들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상태와 잔존 수명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인증중고차와 케이카, 엔카닷컴 등 주요 중고차 플랫폼은 배터리의 성능과 잔존수명을 나타내는 ‘SOH’를 매물 정보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소비자가 구매 전에 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KB차차차는 일부 매물에만 SOH를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 표시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지만, 이는 신차에만 적용되고 기존 차량은 해당되지 않는다.
 

◆ 주요 중고차 플랫폼 SOH 정보 제공 하지 않아... 업체들 "제조사마다 기준달라 표시 못해"

8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현대 인증중고차 △기아 인증중고차 △케이카 △엔카닷컴 △KB차차차 등 주요 중고차 플랫폼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SOH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KB차차차만 일부 전기차 매물 설명란에 SOH 정보를 고지하고 있다.

SOH는 새 배터리 대비 현재 배터리의 성능 수준을 백분율로 나타내는 지표로 배터리의 건강 상태와 잔존수명을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배터리가 최초 출고 시 용량 대비 현재 사용 가능한 최대 용량을 기준으로 SOH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64kWh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SOH가 75%라면 실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은 약 48kWh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사용 가능한 용량이 줄어든 만큼 주행가능거리도 감소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
 

▲KB차차차 일부 매물에서만 SOH를 표시하고 있다.
▲KB차차차 일부 매물에서만 SOH를 표시하고 있다.

중고차업계에서는 90%~95% 정도를 일반적인 사용 범위로 판단하고 SOH가 80%이하인 경우 성능 저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배터리 교체를 검토해야 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 구입 당시 소비자들이 플랫폼 상에서 SOH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SOH 확인은 서비스센터에서 전용 진단기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 스캐너 역시 제조사마다 측정 방식과 기준이 달라 소비자가 직접 정확한 값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중고차 플랫폼 업체들은 제조사마다 SOH 측정 기준이 다르고 표준화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케이카 관계자는 “SOH와 관련해 제조사마다 기준이 제각각이고 표준 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 상황에서 SOH를 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현대 인증중고차와 기아 인증중고차는 자체 기준에 따라 배터리 상태를 평가해 1~3등급 이상 차량만 인증중고차로 판매하고 있지만 내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 법정 성능점검기록부에도 SOH가 표시되지 않아 소비자가 구매 전에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SOH는 성능정검기록부에 기재할 의무가 없다. 전기차 관련 항목으로는 충전구 절연상태, 구동축전기 격리 상태, 고전원 전기배선 상태 등 세 가지 안전성 항목만 표시하고 있다.

문제가 이어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23일 전기차 배터리의 잔존 수명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장치 설치를 위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23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 상태와 잔존 수명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장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개정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기존 전기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기존 중고차의 SOH는 소비자가 구매 전에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SOH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현재 기술로는 없어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는 보다 정확한 SOH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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