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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갈취당했어"…노래 한 곡 없는 연극·무용이 티켓 가격 2배 비싼 '뮤지컬'로 장르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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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갈취당했어"…노래 한 곡 없는 연극·무용이 티켓 가격 2배 비싼 '뮤지컬'로 장르 둔갑?
  • 이예원 기자 wonly@csnews.co.kr
  • 승인 2026.02.24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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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극과 무용 공연이 국내에 들어와 원래 장르와 달리 '뮤지컬'로 분류돼 판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이 연극이나 무용 공연에 비해 티켓 가격이 두 배가량 높게 형성돼 있어 수익 극대화를 위한 장르 변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뮤지컬을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공연 기획사들은 현재 카테고리로는 구분 짓기 어려운 새로운 공연 형태로 인해 '뮤지컬'로 분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24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 취재 결과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라이프 오브 파이' ▲무용 기반 무언극(논버벌) '슬립노모어' 장르가 NOL티켓(옛 인터파크티켓), 예스24티켓과 같은 예매 플랫폼의 '뮤지컬'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공연은 극 중 주인공이 넘버(노래)를 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로 분류됐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연출가 존 케어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의미에서도 뮤지컬이 아니며 음악이 곁들여진 연극에 가깝다"며 "뮤지컬을 기대하고 온 관람객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22년 영국 연극계 최고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에서 최우수 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다. '슬립노모어'는 관객이 가면을 쓰고 공연장으로 지정된 장소를 돌아다니는 이머시브 작품이며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다. 

예매 플랫폼 'NOL티켓'과 '예스24티켓'에서 뮤지컬로 범주화된 공연들. 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예매 플랫폼 'NOL티켓'과 '예스24티켓'에서 뮤지컬로 범주화된 공연들(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뮤지컬을 기대하고 관람했던 소비자들은 관람 후기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뮤지컬로 유명한 배우가 캐스팅되기도 한 '라이프 오브 파이' 관람자들의 불만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태어나서 노래 없는 뮤지컬 처음 봅니다", "뮤지컬인 줄 알고 16만 원에 공연을 봤는데 기획사와 예매 플랫폼이 관객을 우롱하고 관람객의 지갑을 갈취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에 대한 관람 후기(사진=NOL티켓 홈페이지 갈무리)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에 대한 관람 후기(사진=NOL티켓 홈페이지 갈무리)

공연 관람료는 출연진, 대관료, 라이선스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책정한다. 그러나 대부분 뮤지컬 장르가 연극에 비해 높은 가격에 표를 판매하다 보니 수익을 위한 장르 변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극은 표 가격대가 1만 원부터 10만 원 안쪽인 반면 뮤지컬은 6만 원부터 시작해 최대 20만 원 이상까지 높게 형성돼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8만(시야제한석)~19만 원 ▷라이프 오브 파이 6만~16만 원 ▷슬립노모어 16만~36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NOL티켓은 "장르는 플랫폼에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 측에서 결정한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예스24티켓 역시 "플랫폼 측은 장르 지정에 권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공연 기획사 측은 "새로운 형태의 장르로 현재 카테고리로는 구분 짓기 어려워 유사한 '뮤지컬'로 분류했다"고 주장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기획한 CJ ENM 측은 "무대 스케일 등을 고려해 해당 공연을 음악극으로 보고 있다"며 "월드 투어 일환으로 올리는 공연이기에 별도의 장르 안내나 부연 설명 없이 공통적으로 원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오리지널 투어 (SPIRITED AWAY)'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기획사 에스앤코)'와 '슬립노모어(기획사 미쓰잭슨)' 기획사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문의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넘버가 나오는 극은 아니나 기존 형식과는 연출 등에서 차별화되는 면이 있다"며 "예매 플랫폼에 있는 장르로만 구분 짓기가 다소 어려워 뮤지컬로 표를 판매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슬립노모어' 티켓 문의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무언극이라고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장소 곳곳에서 배우가 짧은 대사를 하기도 하고 밴드가 공연을 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이것이 뮤지컬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면 공정거래법상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장르 융합 등으로 해당 극이 뮤지컬인지 연극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땐 담론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 내용이 계약과 다른 경우 소비자는 입장료 환급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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