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기자수첩] '독립 경영' 약속 어디로?…잘나가는 NH투자증권 흔드는 '낙하산' 횡포
상태바
[기자수첩] '독립 경영' 약속 어디로?…잘나가는 NH투자증권 흔드는 '낙하산' 횡포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6.04.24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프로야구팀 감독이 있다. 2년 계약을 맺고 재작년에 부임한 이 감독은 1년차에 좋은 성적을 거둔 데 이어 2년차에는 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임기가 끝나고 다음 시즌이 이미 시작됐음에도 재계약 여부를 알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구단주와 커넥션이 있는 인물이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열성 팬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 이철호 기자
▲ 이철호 기자

지금 NH투자증권이 이러한 상황이다. 지난 2024년 취임한 윤병운 대표의 2년 임기가 만료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차기 대표 선임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대표를 연임시키거나 새 인물을 내세운 것과 대비된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 선임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CEO 인선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임시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논의됐으나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거버넌스 체제 전환을 검토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농협 계열사 인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61.94%)인 농협금융지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구)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NH투자증권이 출범할 당시 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김원규 대표, 정영채 대표, 윤 대표로 이어지는 내부 승진 대표이사 전통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농협중앙회가 강 회장 측근 인사를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앉히려 함에 따라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알려진다. 이미 연초부터 강 회장과 연관이 깊은 인물이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논란은 강 회장이 취임한 2024년에 이미 벌어졌다. 당시 농협금융지주가 내부 출신 인사인 윤 대표를 차기 대표로 추천한 반면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이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갈등으로 이어졌고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에 나선 끝에 윤 대표가 차기 대표로 선임됐다. 

어렵사리 취임한 윤 대표의 성과는 눈부시다. 임기 첫 해인 2024년 NH투자증권은 전년보다 24.2% 증가한 686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성과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47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5% 늘었다. 올해 3월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신규 수입원 확보에도 성공했다.

성과를 거둔 CEO가 외풍에 휘말려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은 NH투자증권 임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도 큰 손실이다. 불안정한 낙하산 리더십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부가 금융자원을 첨단산업·벤처기업 등에 투입하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기업금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권사 대표의 역할도 커진 상황이다. 30년 가까이 IB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IB통' 출신 대표를 호실적에도 교체할 경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실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물론 지난해 IB 부문 임원의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NH투자증권이 큰 홍역을 치른 것은 사실이다. 윤 대표는 해당 임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미공개 중요 정보를 취급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을 전사적으로 등록·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강 회장 관련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강 회장은 농협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조합장·조합원·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선물·답레퓸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을 이행하지 않는 등 독단적 조합운영 사례도 확인됐다. 

강 회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인 박서홍 전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를 농협중앙회 신임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NH투자증권 대표 후보로 추천했던 유 전 부회장을 농민신문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막고 2024년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9곳 중 6곳의 대표이사를 바꾼 데 이어 올해도 강 회장 측근 인사 위주로 요직을 채우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2.2%에서 2024년 14.1%, 지난해는 21.6%에 달했다. 농협금융지주, 더 나아가 농협중앙회에서 NH투자증권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갖고 이를 실적으로 증명한 인물을 장고 끝에 입지를 약화시키거나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NH투자증권 임직원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농협중앙회 회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