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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⑳] 상담도 자식 도움 받아야 하나?...AI 장벽에 가로 막힌 고령층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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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⑳] 상담도 자식 도움 받아야 하나?...AI 장벽에 가로 막힌 고령층의 한숨
기업들 효율화에 디지털 소외계층은 전화도, 앱도 막막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5.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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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 전주에 사는 70대 김 모(여)씨는 평소보다 통신비가 많이 청구돼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가 답답함만 더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상담원과 바로 연결될 줄 알았지만 응대한 것은 AI 상담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음성 안내에 따라 여러 차례 메뉴를 선택했지만 원하는 상담 항목을 찾기 어려웠고 반복되는 안내에 결국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상담원과 빨리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해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 대전에 사는 70대 이 모(여)씨 역시 명절을 앞두고 손주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 택배 접수를 시도했다가 젊은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택배사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상담원 대신 보이는 ARS 화면으로 연결됐고 화면에 표시된 다양한 메뉴를 이 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씨는 “화면에 글씨와 메뉴는 많은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너무 혼란스러웠다”며 “이것저것 눌러보니 자꾸만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고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결국 젊은 사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모바일, AI 기반 고객센터로 전환을 가속하는 가운데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사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강제적으로 보이는 ARS나 음성ARS로 전환돼 특히 고령자들에게는 고객센터 연결 자체가 장벽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작은 아이콘을 클릭하기 어렵고 복잡한 메뉴를 다단계로 거쳐야 해 원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창구까지 도달하기가 지난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금융, 택배, 카드사, 항공사, 통신사 등 소비자 생활에 밀접한 분야를 살펴본 결과 고령자 입장에서 접근이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고객센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있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복잡한 ARS 절차와 비대면 중심 상담 구조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가 AI 상담사 연결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가 AI 상담사 연결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권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고령층의 이용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업종으로 꼽힌다. 시중 은행들은 상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AI 챗봇이나 AI 상담원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디지털 취약계층 입장에서는 장벽이 더 높아진 셈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센터에 전화해 상담원과 통화하려면 반드시 AI 챗봇을 거쳐야 한다. AI 상담을 통해 문의 유형을 선택해야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다.

신한은행 측은 "대표번호 상담 과정에 AI 음성봇을 도입한 것은 상담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도 고객이 보다 신속하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단한 조회나 안내성 업무는 음성봇을 통해 대기 없이 바로 처리할 수 있고 보다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담원 연결로 이어지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상담 직원 연결 버튼이라고 안내하는 ‘0번’을 눌러도 AI 상담원 '하이'가 응대한다. 하이에게 '온라인 뱅킹' 등의 업무 종류를 말하고 또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를 알려준 뒤에야 상담사 연결이 이뤄진다. 

우리은행도 상담원과 통화 하려면 AI 상담사와의 대화를 거쳐야 한다. '신용 대출 신규', '전세 대출 신규' 등 문의 내용을 간단히 말한 뒤에야 상담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상담원 연결을 위해 복잡하고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KB국민카드는 디지털 ARS 연결 후 상담원 연결 버튼을 클릭해도 ▲개인회원 ▲이용한도 ▲카드발급신청 ▲금융서비스 ▲아파트관리비 ▲항공예약 버튼이 다시 한번 안내된다. '개인회원'을 클릭하니 홈페이지에 안내된 대표 번호가 아닌 '1644' 번호가 따로 뜬다. 이곳으로 전화를 걸어야 일반 상담원과 연결된다.
 

▲삼성카드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원할 경우 디지털 ARS를 거쳐야 한다.
▲삼성카드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원할 경우 디지털 ARS를 거쳐야 한다.

삼성카드는 대표 번호로 전화를 연결하면 디지털 ARS 창으로 바로 연결된다. 화면 내 '상담원' 버튼을 클릭하면 '즉시결제', '카드 이용내역' 등의 메뉴가 뜨고 그 밑에 '상담 직원 연결' 버튼을 누르면 ▲개인회원 ▲가맹점대표/직원 ▲법인공용회원 ▲삼성카드 회원이 아닌 경우 등의 버튼을 클릭한 후 상담 직원 연결하기를 눌러야 한다. 

이후 ‘개인정보 변경’, ‘카드발급’ 등 상담 직원에게 문의할 항목을 선택하면 삼성카드 회원에 한해 카드 비밀번호 입력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통신사들은 고객센터에서 AI 상담사가 먼저 응대하는 것은 마찬가지나 고령층 입장에서 상담원과의 접근성은 뛰어난 편이다.

AI 상담사에게 '상담사 연결'이라고만 말하면 수 초의 대기를 거쳐 전문 상담원과 연결된다.

택배사들은 모바일 고객센터 메인 화면에 나열된 항목에서 바로 상담원과 연결되는 메뉴가 없다. 

CJ대한통운은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챗봇, 보이는 ARS, 음성 ARS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안내 화면이 자동으로 뜬다. 해당 메뉴는 큰 글씨로 구성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음성 ARS에서 ‘개인택배 접수’를 선택하면 상담 연결 대신 접수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URL 링크가 문자로 발송되며 통화가 종료된다.

한진택배 또한 고객센터 연결 후 보이는 ARS와 음성 ARS를 선택할 수 있다. 음성 ARS 연결이라면 개인 택배 접수를 누른 후 직원 연결 버튼을 누르면 상담사와 연결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챗봇 서비스 연결을 위한 문자 URL 발송과 음성 ARS를 선택할 수 있다. 음성 ARS 선택 후 개인 택배 예약 및 확인을 누르면 상담사와 연결된다.

대한항공은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국내선, 국제선 선택 후 '보이는 ARS'로 연결된다. 보이는 ARS 연결 후 '이용을 원하지 않으면 화면 하단의 음성ARS를 눌러주십시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음성ARS' 메뉴는 왼쪽 하단에 위치해 있으나 익숙치 않을 경우 직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이는 ARS로 연결 후 화면 하단에 보이는 '직원연결' 버튼을 클릭해 회원 여부를 선택하면 비교적 손쉽게 상담원과 연결된다.

▲당근마켓은 고객센터에서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  
▲당근마켓은 고객센터에서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  

IT 플랫폼 영역에서는 고령자의 접근성이 제한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앱 내 AI 챗봇을 통해 고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앱 내 텍스트 문의만 가능하다는 안내와 함께 통화가 종료된다.

검색 플랫폼 '다음'은 홈페이지에 고객센터 ARS 번호를 알려주고 있으나 해당 번호로 전화하면 "더욱 빠르고 편리한 상담을 위해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고 안내한다. 상담원과 직접 통화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는 앱 첫 페이지 맨 아랫쪽에 '주식회사 위대한상상 사업자 정보'라는 항목을 클릭해야 대표자명, 사업자등록번호 등과 함께 '고객만족센터' 전화번호가 안내된다. 

첫 화면에서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찾지 못했다면 하단 '마이요기요' 버튼 클릭 후 카카오톡 1:1 문의를 클릭하면 '전화 문의' 안내가 나온다. 전화 문의 상담유형을 클릭하면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고객센터 번호가 안내된다.

해당 메뉴를 클릭해야 고객센터 번호가 안내된다.
해당 메뉴를 클릭해야 고객센터 번호가 안내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상담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AI 기반 상담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인·비대면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특성에 맞춘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운영 관리 측면의 효율성 때문에 AI 시스템을 도입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라며 "비용적인 측면만 생각해 AI 상담사를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화를 건 사람의 연령 등 유형에 따라서 AI가 맞춤형 안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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