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옥션과 하나로텔레콤의 사례가 대표적.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에 달하는 회원의 정보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소송가만도 수백억원대의 대형 집단손배소로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물론 저격수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부쩍 언론에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인물은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박진식 변호사. 그는 2004년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후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전담하는 저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게임 정보 파일을 암호화하지 않아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때 박 변호사는 5명의 소송인단을 모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도 없고, 피해자도 5명뿐이어서 원고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6년 국민은행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도 1000여명의 피해자에 대해 1인당 20만원의 손배판결을 내렸었다.
하지만 옥션의 경우 소송 참가자가 수만명대로 급증하면서 소송환경은 급변했다. 최근까지 소송 참여자는 2만5000명. 통상 재판부가 1인당 손해배상청구액수인 200만원을 다 인정할지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 일단 계산상 총 소송가만 500억원에 달한다. 그가 1, 2, 3심에서 당초 소송청구안대로 승리할 경우 성공보수만도 150억원에 달하게 된다.
카드사를 상대로 한 마일리지 축소 무효 소송을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서린의 장진영 변호사도 유사한 경우. 그는 사법연수생 시절 LG카드의 일방적인 마일리지 축소 무효에 대한 손배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이후 장 변호사는 카드사 저격수로 변신해 현재 씨티카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씨티카드가 일방적으로 트래블카드의 마일리지를 축소한 데 대해 지난 13일부터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 참가인을 모으고 있다. 장 변호사는 씨티카드 외에도 BC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회사를 상대로 후속 소송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저격수’형 변호사의 등장에 찬반 양론이 일고 있음은 물론이다. “소비자 권리를 지켜주는 스타의 탄생”이라는 환영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제도적 준비가 미비한 분야에 ‘소송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저격수형 변호사들이 성공보수만을 노리고 무리하게 ‘기획소송’을 주도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