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제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100% 공감해요. 악역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재혼가정을 소재로 한 MBC TV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극본 이홍구, 연출 백홍민)에서 주인공 이수현 역을 맡고 있는 홍은희는 최근 독한 성격을 표현한 연기로 화제다.
재벌가 출신의 약혼남인 한강필(김남진 분)을 의심해 사람을 시켜 미행하게 하고, 의붓동생인 박민정(김다인 분)이 난간에서 떨어진 것을 보고도 그냥 자리를 뜨는 등 차가운 성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 이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숱한 거짓말을 일삼는다.
"악역이지만 이유없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요. 이수현은 10대 때 아버지의 재혼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인물입니다. 아버지에 대해 큰 배신감을 갖고 있고, 의붓 동생인 박민정에게도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는 "그러다가 인생의 탈출구로 삼은 인물이 약혼남 한강필"이라며 "한강필과 박민정이 서로 사랑하게 되자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악역에 충분히 공감하고 배역에 애정을 갖고 연기를 하자 이런 감정이 시청자에게도 조금씩 전달되고 있다. 이 배역을 비판하는 의견보다는 '불쌍하다'는 등의 동정여론이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연기를 하면서 수현이 안쓰럽다고 느끼게 됐어요. 불쌍해서 감싸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연기를 하다가 제 배역을 사랑하게 됐어요. 이전에 '별을 쏘다'와 '내 사랑 팥쥐' 등에서도 악역을 연기했지만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채 연기했습니다."
그는 전작인 SBS TV '황금신부'에서 푼수에 가까운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드라마 등에서 단아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는 '황금신부'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연기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저는 그동안 실제 모습과 달리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부각됐습니다. '황금신부'에서의 캐릭터가 실제 제 성격과 비슷했다면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는 저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6살 난 아들을 돌보며 연기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사흘에 한 번꼴로 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아이 뒷바라지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이제는 엄마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극중의 키스신을 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홍은희는 19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기 때문에 올해가 데뷔 10년째다. 1980년생인 홍은희에게 이 드라마는 20대에 찍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뷔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생긴 바람에 출연 작품이 많지 않아요. 앞으로 10년은 지난 10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30대를 대비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에 올인하고 있어요."
결혼을 일찍해 연기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내 나이 또래에 이 정도의 경험을 한 후 연기하는 배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쌓인 경험이 연기폭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