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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승객 기내사망 원인규명 '베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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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승객 기내사망 원인규명 '베일속'
유족 "안전불감증 본보기" 항공사 "응급조치등 정상… 책임없다"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1.29 07:51
  • 댓글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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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공항발 대한항공 기내에서 4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 여행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지난해 9월말쯤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4개월 다 되도록 사망 원인과 경위, 책임소재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유가족의 애를 태우고 있다.

유가족측은 "무면허 현지가이드를 이용한 무허가 관광알선자의 과실과 대한항공의 무책임한 승객 안전관리가 야기한 ‘살인관광’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가족이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이런 사망사고가 일어 났을까 궁금하다는 게 유가족의 항변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탑승과 기내 응급조치 등 모든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책임 없다"며 침묵하고 있다. 보상이나 사과 등 유가족에 대한 일체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가족과 대항항공 고객지원팀(담당자 함춘호씨)간 이메일을 통해 4차례 주고받은 서면 질의와 답변(회신)을 통해 사고 개요, 탑승 절차및 기내 응급조치의 적정성 등 핵심 문제를 재구성해 짚어봤다.

◆사고 개요

고인 허 방(여·49)씨는 지난해 9월 27일 8박9일간의 이탈리아 단체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망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8시5분(현지시간)발 대한항공 KE928기를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탑승수속 당시 허 씨는 여행중 기력을 많이 소진한데다가 전날 음식(라면)을 잘못 먹고 체해 몹시 탈진한 상태였다. 병색이 완연했고, 부축이 없이는 걷기도 어려웠다. 결국 휠체어를 타고 탑승했다.

이륙 후 1시간 40분 정도 지나면서부터 병세가 악화됐다. 매우 위험한 상태를 보였다. 기내에서 수액과 링거 주사, 심장마사지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8시55분(한국시간)쯤 허 씨는 깨어나지 못하고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탑승절차엔 문제 없었나

허 씨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고 당일 오후 5시30분쯤 단체여행객의 일행인 이 모 씨가 허 씨의 여관과 티켓을 소지하고 탑승수속을 했다. 담당 조업사 직원(디노 앤티노리)에게 몸 상태가 좋지않다고 보고했다.

26일 새벽부터 속이 안좋아서 배 마사지와 수지침을 병행했고, 병원 X레이 결과 배변에 문제가 있어 링거 투여와 여행사에서 준비한 죽으로 식사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이 내용을 로마공항 소장에게 유선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대한한공 여직원(오인혜씨)이 의사 진단서 확인을 요구했다. 허 씨와 이 씨가 병원 진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하자 여직원은 그러면 탑승이 어렵다며 추후 탑승을 권유했다.

출국 직전 환자와 가이드(최준자씨) 등은 가이드의 핸드폰으로 서울에 있는 허 씨의 언니(소아과 의사)와 통화했다. 환자의 상태를 말씀드리고 탑승여부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허 씨의 언니는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태다. 비행기를 태우지 마라. 로마병원에 입원시키면 허 씨의 남편이 가기로 했다”고 허 씨와 이씨, 가이드에게 단단히 일렀다.

그러나 허 씨와 가이드 등은 혼자 외국에 남아있기가 두렵고, 한국에 도착한 후 병원을 가는 편이 낫겠다고 주장했다는 것. 특히 가이드는 허 씨 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무슨 백이 있느냐. 짐을 정말 빼요"라며 귀찮은 듯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탑승 전 대한항공측이 환자에게 각서(INDEMNITY LETTER·서약서)를 요청했고, 환자는 각서에 서명했다. 대항항공측은 규정에 따라 각서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허 씨의 몸 상태와 서울 언니와 통화한 내용을 가이드가 대한항공 직원에게 정확히 전달했는지 여부와 의학적으로 전문지식이 없는 대한항공 직원이 이를 윗선에 정확히 보고하고, 소속 의료진과 통화하는 등 적극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느냐는 부문. 가이드의 전달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허 씨 유가족은 “이 정도의 환자상태라면 위에 보고하고 또 대한항공 소속 한국 의사에게 알려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울의 의사선생님은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한다”며 대한항공측의 무책임함을 따졌다.

유가족측은 또 “외국 항공사였으면 이리 쉽게 진료기록부 한번 보지 않고, 체하고 못 먹어 그렇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만 듣고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자를 태웠겠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현지 가이드의 핸드폰으로 승객이 통화하는 장면을 보았으나 통화내용에 대해서는 담당직원에게 말하지 않았으며, 통화 종료 후 가이드로부터 한국으로 보내달라는 내용만 통보받았다. 따라서 ‘라면을 먹고 체한 후 식사를 제대로 못해 힘이 없다’는 승객의 진술에 따라 한국의 대한항공 의료센터에 문의할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또 ‘병약 승객 호송 규정’상 진단서가 꼭 필요한 경우(수술 후 7주일 경과 이전, 32주가 지난 임산부)를 제외하고는 보호자 또는 일행들이 탑승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거절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내 응급조치는 적절했나

대한항공측에 따르면 항공기에 따로 환자를 위한 좌석이 없어 휠체어와 화장실 이용 등의 편의를 위해 허 씨는 뒤쪽 통로석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항공기 이륙후 1시간 40분 경과 시점부터 환자의 병세가 악화돼 승무원이 일본인 의사와 한국인 간호사를 찾아 수액을 주사하고 한 시간 후 2차 링거를 주사했다.

혈압이 상승해 호전되는 듯했다. 일본인 의사도 회항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소견을 냈다.

그러나 화장실에 한번 다년 온 뒤부터 상태가 다시 급격히 악화됐다. 일본인 의사는 기내 심장마사지 기구를 이용해 20여분간 응급조치를 하였지만 한국시간으로 8시55분쯤 끝내 사망했다.

유가족측은 “소변이 안나오는 환자에게 소변을 누게 하라는 말만 하고는 수액을 마구 흘려넣어 물에 빠뜨려 죽인 꼴”이라며 “왜 일본인 의사의 말만 믿고 회항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마음 어딘가 귀찮음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항공기 이륙후 로마공항 또는 다른 공항으로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연료를 공중에서 쏟아부어야 한다. 반대로 직원이 탑승을 거절하여 병원으로 가서 돌아가셨다면 반대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규정과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 한 직원이 고객님들의 여행에 대한 권한을 제한할 자격은 없다”고 답변했다.

대한항공 서강윤 상무는 "가장 중요한 의사진단서가 환자에게 없었다. 이 상태에서 환자 본인의 의사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환자는 분명히 의사 소견과 약을 보여주며 탑승의사를 밝혔다. 우리 직원이 현지병원 치료를 권했지만 한국에서 치료받겠다고 했고, 탑승서약서도 작성했다.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공항기능상 탑승의지가 있는 환자를 탑승시키지 않으면 인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내에서도 승무원과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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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입니다 2007-02-13 14:52:55
뜻하지 않은 많은 분들의 격려와 온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판적인 글들을 놓고도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항공사 측에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습니다만, 로마 공항에서의 정황을 보다 면밀히 알아본 후 사건 전모를 여러분께 종합적으로 말씀드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없도록 노력할 작정입니다.

소비자III 2007-02-07 15:32:23
어떻게 항공사에서 이 지경까지 암말도 없는 지 참..
사람들이 열받아 토로하는 일이 지칠 때가지..
이 일이 잊혀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건가요..

책임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네요..

sisimaru 2007-02-06 13:39:32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로서의 퀄리티만을 주장하지 맙시다. 허구헌날 이미지 메이킹만 하면서 떠들어 대면 무엇합니까~!! 항공사의 주된 의무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할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고품격의 서비스만을 고집하시지 마시고 고객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부분부터 먼저 개선하는 그런 기업이 되십시오. 더욱이, 자사의 기내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고객과 고인, 그리고 유가족에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봅니다.
자사의 좋은 점만 부각시키려 하지 말고, 제발 자신의 결점을 솔직 담백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좀 보여주세요!!!!!! 대기업은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대기업이라는 그 말 자체로도 아이러니하네요

백부장 2007-02-05 17:36:35
대기업은 꼭 자기들의 발뺌만 합니다.
환자분의 말만믿고 탑승을 허락한 대한항공의 처사는 매우 부당하며 진실을 덮을려는데 굉장히 분노을 느낍니다. 정부관계자는 신속히 실상 파악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기돼지 2007-02-05 15:53:29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르는 곳에서 이런식으로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는 상황을 보니까 정말 너무하고, 어디 믿고 비행기를 타겠습니까???
환자가 이미 아팠던 사실도 알고 있었고, 상태가 어느정도 인지도 파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행을 했다는건 회항을 하기 귀찮아서, 그냥 밀어부쳤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사망하신 분이 만약에 대한항공 항공사측 직원 가족이거나, 대한항공 사장님, 일가 친촉분들이라면 이런식으로 덮어버리려고 했을까요?
절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내가 아니고.... 나와 연관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고인에게 잘못을 부각시키고 더어씌우는 행동은 대한항공사라는 간판을 걸고 행해선 않돼는 처사라 생각됩니다.
그러려면 대한항공을 완전 폐사하고 아시아나 항공사 하나만 있어도 어디든 갈 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깟 대한항공 따위 없어져도 우리 국민들은 하나도 서운하거나 불편할 일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뭐가 그리 잘났다고.....
제가 볼땐 개뿔 하나도 나은거 없고, 잘난거 없고..... 서비스도 그다지 좋지도 않고.......
무조건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하지말고 고인의 일가족에게 죄송하다고 고개숙여 깊이 사죄드리고, 어느정도의 보상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항공사측의 무성의함........ 정말 실망입니다.
정말 아싸리 대한항공사를 폐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네요!!!!!!!!!!!!!!!!!!!
대한항공!!!!!! 정말 실망이고 너무너무 싫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