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평은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구토 기운이 목 젓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가능하면 참으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었다. 병석에 누운 채로 적지 않은 병원비 탓에 치료를 완강하게 거부하던 고향 화롄의 아버지 얼굴이 눈 앞에서 초췌하게 어른거리고 있었다.
"어서, 미스터 송! 처음이 중요하지 그 다음부터는 괜찮아 질거야.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니까"
여자는 아마도 내친 걸음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엉덩이를 광평의 코 앞 쪽으로 더욱 바짝 내미는등 행동이 아주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용연향의 냄새가 이전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그의 코를 괴롭히고 있었다.
광평은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목 저 밑에까지 치고 올라온 구토 기운도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는 급기야 화장실로 달려가 한바탕 시원스럽게 토한 후 서둘러 가격이 상당할법한 스위트룸 객실을 뛰쳐나오고야 말았다.
자신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적지 않게 해준 여자 자체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었으나 그녀의 요구대로 했다가는 인생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들었던 것이다. 화대야 나중에 원징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도 그를 과감하게 만들고 있었다.
광평은 호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다행히 여자는 그를 뒤쫓아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곧 도착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려다 흠칫 하면서 몸을 옆으로 비켰다. 전체적 분위기가 상당히 우아해보이는 1미터 70cm 전후의 젊은 미모의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다 그와 정면으로 부딪치려 했던 탓이다.
그는 건성으로 여자를 힐끗 쳐다봤다. 이상하게도 객실에 남겨진 여자와 상당히 닮아보였다. 그는 그제서야 여자가 침대에 드러눕기 전 객실의 전화로 가족중 누군가를 불렀던 기억을 뇌리에 떠올렸다.
그는 황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내려 앞모습 만큼이나 볼륨 뚜렷한 젊은 여자의 뒷모습에 눈길을 고정시켰다. 역시 여자는 그가 뛰쳐나온 객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쯧쯧!"
문호는 광평이 겪은 일이 안타까운지 혀를 끌끌 찼다. 마치 자신이 좋지 않은 횡액을 당한 것처럼. 광평은 확실히 그의 절친한 친구가 맞기는 맞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네.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지 않았는데 말이야"
광평은 호스트 바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진짜 괴로운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얼굴 표정에만 회한이 빛이 어려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도 약간의 물기가 비치고 있었다.
"그래 그게 언제였어. 자네가 톈야에 갔던 것이"
"한 1주일 됐지 아마"
"그래 자네 부친 수술비는 무사히 마련한 거야? 화…화대…를 받았냐구"
문호가 묻기가 다소 껄끄러운 얘기를 꺼냈다.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그득했다. 그러나 광평은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참 이상하더라구.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 분이 다음날인가 후배 원징을 통해 무려 10만위안이나 보냈더라구. 당초 받기로 한 액수보다 5배나 더 많은 돈이었어. 내가 미안한 점이 적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배려를 했더라구"
"뭐, 10만위안!"
문호는 깜짝 놀랐다. 10만위안이 한국 돈 250만원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던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타이베이 샐러리 맨들의 한달 월급이 기껏해야 3만위안 전후였으므로 10만위안은 진짜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는 새삼 광평의 파트너였다는 여자의 배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봐야 더러운 돈 아닌가? 에이, 깨끗한 입으로 지저분한 얘기를 하려니 술 맛이 안 나네. 그 얘기는 이제 그 정도 하고 기분 좋게 술이나 마시자고. 자, 한 잔 받아"
광평은 기분을 전환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문호에게 급하게 술을 권했다. 빌어먹을, 다시는 만날 일이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물론 그는 아버지의 수술비를 일거에 해결해준 여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