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본 이름이 붙여진 이 암초는 우리나라 땅임을 표시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한국령'이라는 비석까지 투하한 한 지식인의 사연까지 전해지면서 가슴을 뭉클케 하고 있다.
5일 국립해양조사원과 신안군 가거도 주민 등에 따르면 '중국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가거도 서쪽 48㎞ 해상에 있는 이 암초는 일본군에 발견돼 지금껏 '일향초(日向礁)'라는 일본명으로 살며 모진 풍파를 이겨 냈으나 주민들의 요구로 국적을 되찾았다.
이 일향초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27년 3월 29일.
한국 연안을 순항하던 일본군함 '日向(일향)'이 이 암초에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사고 후 일본군은 같은 해 8월 14일 수척의 트롤어선을 동원해 정밀 조사를 실시한 후 암초명을 군함의 이름을 따 '일향초'로 정해 버렸다. 이곳 주민들도 '일향초 할아버지', '일향초 영감'으로 높여 부르기도 했다.
해양조사원도 1991년 9월 흑산도 서부 한.미 합동수로측량시 최천수심 7.8m의 이 암초를 확인했지만 이름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가거도 주민들이 일제가 붙인 이 암초와 '소흑산도' 이름 변경을 강력히 원하면서 암초 이름이 '가거초(Gageo Reef)'로 변경된 것.
해양조사원은 지난 해 12월 19일 해양지명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일향초를 가거초로 바꾼 뒤 관보에 고시해 국적을 찾았다.
해양조사원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국제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늦게나마 국적을 찾은 이 암초에 얽힌 사연이 국토 사랑에 대한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을 설립한 A씨의 국토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거도 임진욱(43) 이장은 "이미 고인이 된 충청도 출신의 A씨가 1970년 중반에 암초 위치를 찾지 못해 실패를 거듭한 끝에 '한국령'이라고 새긴 높이 60-70㎝ 크기의 비석을 이 암초에 투하한 사실을 마을 어르신들이 증언하고 있다"면서 "이 분은 국토를 한 뼘이라도 늘리고 싶은 애국심에서 험한 바닷길을 헤치고 가거도를 수차례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