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검찰청은 7일 인터넷에서 자신이 위암을 앓고 있는 있는 여자인 것처럼 속여 김모(42.경기도 광주)씨로부터 수년간 5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강모(36.제주시)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3년 10월 14일 김씨에게 수술비 등이 부족하다며 계좌입금을 통해 10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김씨로부터 모두 13차례에 걸쳐 5천5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또 지난 2002년 자신이 개설한 '연두색슬픔' 사이트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연두'의 딱한 사연을 올려 불특정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모두 1천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강씨는 인터넷에서 '연두'라는 여자 행세를 하며 자신이 개설한 '연두색슬픔'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김씨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쪽지를 주고 받으며 교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연두'와 3년 동안 교제를 하면서 만나기는 커녕 전화통화도 한 번 하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쪽지만 주고 받으면서도 계속 '연두'가 말해주는 명의의 계좌로 '연두'가 요구할 때마다 돈을 부쳐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검찰에서 "지난 2005년 6월 마지막으로 '연두'가 위암 수술비를 요구했을 때는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몸이 아픈 '연두'가 힘들 것 같아 현금카드를 등기로 부쳐 직접 돈을 뽑아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2005년 11월 말 '연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에 내려 온 김씨에게 '연두색슬픔' 사이트의 부운영자라며 다시 접근해 "'연두' 어머니의 생활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김씨의 신고로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김씨가 입금한 통장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수백만원 씩 수 차례 입금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