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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 목소리' 서울구치소에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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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 목소리' 서울구치소에서 상영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2.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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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 집)가 8일 경기도 의왕 소재 서울구치소에서 상영됐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가 서울구치소에서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서울구치소 강당에서 이뤄진 영화 상영회에는 기결수용자 350명 중 312명이 관람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이미 상영이 끝난 영화를 비디오 등을 통해 수용자들이 보고 있으나 개봉 중인 영화의 상영은 1987년 서울구치소가 의왕으로 옮겨진 이후 처음이며 그 전에도 없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영화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소재로 해 피해자 부모의 절절한 심경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긴 데다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범인의 치밀하고 대담한 협박이 담겨 있어 구치소에서의 상영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기결수용자들은 전날 이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가로 10m80㎝, 세로 5m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일반 극장과 비슷한 크기의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남자 수용자들은 1층에서, 20여 명의 여자 기결수용자들은 2층에서 관람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진표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생각보다 시설이 좋아 영화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런 기회를 주신 법무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한 뒤 객석(?)을 향해서는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서울구치소 수용자들은 유괴범을 비롯한 흉악범은 거의 없어 일반 관객과 비슷한 시선으로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관람 후 "울 뻔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등의 반응들이 나왔다.

사기죄로 복역 중인 노모(47)씨는 "우발적인 범죄도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지만 범죄 행위가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피해자와 그 가족이 받는 상처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의 사실적 표현에 대해서는 "영화 속 가정의 붕괴를 보면서 절대 저런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병역법 위반으로 복역 중인 최모(28)씨는 "이곳에 수감된 분들이 흉악범이 아니어서 대부분 영화 속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 것 같다"며 "흉악범은 아닐지라도 어떤 종류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범죄는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상영 후 박진표 감독은 "이곳에서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분들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며 언제든 상황과 입장이 바뀔 수 있다"면서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아니라 그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리라 생각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공유했을 때 진정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1991년 벌어진 이형호 군 유괴사건은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지난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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