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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불러 준 신용카드 번호가 생사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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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불러 준 신용카드 번호가 생사람 잡는다
  • 차정원 기자 cjw1980@csnews.co.kr
  • 승인 2010.04.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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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나 홈쇼핑 같은 판매업체들의 영업상 편의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 승인 과정을 대폭 간소화 하는 소비특약이 담당 직원의 실수 때문에 엉뚱한 피해자를 낳았다. 카드번호를 잘못 받아적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에게 대금이 청구된 것.


카드 소비특약으로인한 결제 오류가 자주 지적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께 서울시 반포본동의 하승범(남.46세)씨는 '99만원 3개월 할부결제 되셨습니다(A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신용카드로 99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한 적이 없던 하 씨는 혹시 카드가 도용됐을까 하는 걱정에 서둘러 카드사에 연락을 취했다.

카드사에서는 “A사에서 99만원 결제가 키인(Key-In) 승인됐다”며 “업체 쪽으로 알아보라”고 했다.

키인 승인이란 카드사와 소비특약을 맺은 업체의 직원이 전화로 고객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함으로써 공인 인증이나 카드 실물 확인 없이 결제를 승인 받는 방식이다.

A사에 확인해 본 결과 다른 사람의 구매건에 대한 키인 승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카드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하 씨의 카드로 결제가 된 것이었다.


다행히 잘못 결제된 금액은 당일 취소처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 씨는 “결제금액이 다른 사람에게 청구될 정도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허술해서야 되겠느냐”며 “만약 결제 금액이 적어서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았거나 결제내역 문자를 받지 못했다면 어쩔 뻔 했나”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전화로 카드결제를 처리하던 사원이 실수로 카드번호 끝자리를 잘못 입력했는데 우연의 일치로 잘못 입력된 번호(하 씨의 카드번호)와 실제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카드 유효기간이 일치하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했다.

또 “매장에서 카드를 긁는다거나 전화 통화로 이루어지는 방식을 포함하는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 확인 절차가 매우 간소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통화상으로 불러준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일치하면 승인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실수를 해서 다른 번호를 입력해도 유효기간이 일치하면 잘못을 인식 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하 씨의 경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이같은 피해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판매사의 입장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상의 개선이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카드사에서 개발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드사 관계자는 “판매사와 카드사간의 소비특약은 판매사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다”며 “판매업체들의 영업상 편의를 위한 계약이기 때문에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과실로 인한 피해는 판매사에서 책임을 져야함이 마땅하고 이 부분은 계약서에도 명시가 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거래상의 불안정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하 씨의 경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카드사에서는 소비특약 계약시 주민번호 뒷자리 확인 등 추가적인 본인인증절차를 제공하고 있지만 영업상 편의를 위해 이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가맹점(판매사)들이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특약 계약은 영업상의 편의를 위해 가맹점이 일정부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맺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카드사에서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특약 가맹점의 매출. 회원관리. 영업수단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만 선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판매사와 카드사의 자체적인 노력 외에는 딱히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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