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지만 금리인하가 신규 대출에만 적용돼 이미 대출을 받은 기존 고객들에게는 별로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이 금리인하 혜택을 누리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고 기존 대출금을 갚은 다음에 새로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이 없는 코픽스연동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도 주택담보대출에만 한정돼 전세 세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금리인하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를 대리해 판매하는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오는 12일부터 신규 대출에 한해 일제히 최고 연 0.50%포인트 인하된다.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은 1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한 후 고정금리로 전환되는 금리혼합형 상품으로, 판매 한도 1조5천억원 내에서는 3년까지 변동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CD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50%포인트 인하된 1.90%포인트가 적용되며, 코픽스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41%포인트 인하된 1.11%포인트가 적용된다. 인터넷을 통한 신청과 금리할인 옵션 등을 선택할 경우 대출금리가 최저 4.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5일부터 주택신용보증료율도 최대 0.30%포인트 인하한다.
외환은행은 이달부터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점장이 전세관련 대출을 포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최대 0.50%포인트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신규 대출자용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4일부터 신한전세보증대출의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코픽스연동 대출을 도입하면서 가산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코픽스연동 대출을 출시하면서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CD연동대출보다 최저금리를 0.20%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적용했으며 기업은행은 최대 0.48%포인트 인하했다.
이번주 국민은행의 코픽스대출 금리는 4.18~5.58%로 한달전보다 0.26%포인트 떨어지면서 같은기간 0.10%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친 CD연동대출과 최저금리 차이가 0.36%포인트로 확대됐다.
서민 고객은 어쩌라고
그러나 대다수 대출자들은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하된 대출 금리는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되고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7.41%로 전월보다 0.23%포인트 떨어졌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7.71%로 한 달 새 0.04%포인트 상승했으며 작년 9월에 비해서는 0.44%포인트 급등했다.
기존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보려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없는 코픽스 연동대출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 대해 상품 출시 후 6개월 간 중도상환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 없이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코픽스가 주로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고 있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신용대출 등 CD 연동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은 코픽스 금리 인하 혜택을 보기 어렵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중 CD연동 대출이 90%에 달하는 등 코픽스 대출 출시 이후로도 CD연동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존 CD 연동 대출자들은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없고 고정금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권하는 한편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