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녹색요정’ ‘에메랄드 지옥’ 등으로 불리는 전설의 술 ‘압생트(ABSENTE)’가 안전성 논란으로 국내에서 판매금지 됐다.
압생트는 고흐, 피카소, 랭보 같은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유명세를 떨치다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정식 수입이 됐던 술이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갑자기 압생트에 대해 유통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해외에서는 정식 판매되는 술이 유독 국내에서만 판매금지 된 까닭은 무엇일까?
◆ 식약청, ‘압생트’ 잠정 판매금지
식약청은 에프엘코리아가 수입한 ‘압생트’에 식용금지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의심돼 판매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 제품은 리퀴르 타입으로 국내에서 식용 금지된 쓴쑥(Artemisia absinthium)을 함유했다는 것. 쓴쑥은 장기간 먹으면 중독될 우려가 있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관리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제품 표기사항에 ‘쑥’으로 돼 있어 수입허가가 났는데, 최근 쓴쑥이 현지어로 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통.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압생트’는 지난해부터 2차례(약 1200병) 국내에 수입돼 시중 와인전문점이나 카테일바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100~700ml 병으로 제조일이 2009년 1월14일, 2009년 10월12일이다.
식약청은 이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 될 때까지 수입주류 판매·취급점이나 소비자는 유통·판매하거나 구입·섭취하지 말고, 수입업체 또는 가까운 구입처에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예술가의 술 ‘압생트’ 부활
‘압생트’는 쓴쑥(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쓴맛의 녹색 술은 값이 싸고 빨리 취기가 돌아 와인 생산량이 줄어든 틈을 타 대중적인 술이 됐다.
특히 고흐, 마네, 드가, 로트렉, 고갱, 피카소,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앨런 포우, 오스카 와일드 등 예술가들이 애호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쓴 맛을 없애기 위해 각설탕을 구멍이 난 숟가락에 올린 뒤 차가운 물을 부어 마시는 독특한 음용법이 특징적이다.
문제는 ‘압생트’에 튜존(Thujone)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 있어 환각상태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고흐, 로트렉 등은 ‘압생트’의 대표적인 중독자였는데 이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생트’를 만든 한 제조업자가 아내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1915년 유럽 전역으로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압생트’는 과학적인 성분 분석 결과 투존이 극히 미미하게 들어있고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됐다는 주류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1981년 부활했다. 이후 향쑥 대신 아니스라는 약초가 들어간 ‘압생트’가 생산되고 있다.
◆ ‘압생트’ 안전성 논란 재점화?
국내에서는 2008년까지 해외여행 중 구입하거나 구매대행 등을 통해 ‘압생트’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부터 ‘압생트’가 정식 수입됐다.
한국바텐터협회에 따르면 '압생트'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통되는 중이다. 그동안 '압생트'에 들어간 원료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국내에서 판매중지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바텐더협회 관계자는 "'압생트'는 고흐가 마신 술로 유명하다. 고가의 술로 칵테일에 사용되는 것보다 보통 물에 희석해 마신다. 식약청에서 '압생트'를 잠정 판매금지했다니, 앞으로 수입 주류에 대한 검사가 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생트'는 13만~16만원대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압생트'의 환각성분 때문에 화가들의 예술적 정서를 풍성하게 해줬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4일 서울의 한 주류판매업소에서는 "당분간 '압생트'가 출고되지 않아 재고 판매만 가능하다"며 "지금 찾아오면 1병에 13만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