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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살려줘!"..성형외과서 마취제 중독돼 1억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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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살려줘!"..성형외과서 마취제 중독돼 1억 탕진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0.05.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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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이 일부 성형외과에서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심지어 프로포폴에 중독된 한 30대 여성이 주사비로 1억원을 탕진하는 일까지 생겼다.

경기도 학익동의 김모(남.58세)씨는 지난 4월25일 딸 김모(여.31세)씨로부터 "죽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김 씨의 딸은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에 중독돼 주사를 맞지 않고는 잠도 잘 수 없는 상태로 심신이 망가져 있었다. 더욱이 주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다가 빚독촉에 시달리는 바람에 자살을 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김 씨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김 씨의 딸은 지난해 2~3월부터 최근까지 병원 3곳에서 프로포폴을 포함해 1억원 상당의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살을 빼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통증완화를 위해 지방분해 주사제와 함께 프로포폴을 맞은 게 중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1곳은 병원간판을 걸지 않고 진료를 하는데 김 씨 딸 외에도 연예인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김 씨 딸은 매일 아침마다 주사약을 맞기 위해 병원을 전전했고, 15~20분가량 잠을 자기 위해 한번 갈 때마다 주사비로 30만~80만원을 지불했다는 고백했다.

영업용 개인택시를 운영하다가 잠시 대전에 내려왔던 김 씨는 딸의 고백에 분노했다. 김 씨는 "지난 1월 증권에 손을 댔다가 빚을 졌다고 하기에 융자를 받아 6천만원 이상을 갚아줬는데, 그게 마취제 때문이었다고 하니 피가 거꾸로 솓는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또 "딸이 다녔던 T성형외과, K성형외과를 강남구보건소에 신고했다. 날마다 주사를 맞으러 오면 프로포폴을 놓지 말아야지, 돈벌이를 위해 우리 아이가 중독자가 된 것이다. 지금도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프로포폴을 오남용하고 있다더라. 그런데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같은 실태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보건소는 T성형외과와 K성형외과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김 씨의 연락을 받은 뒤 T성형외과의 진료차트를 얻었지만 이미 지난달 말 폐업해 해당 의사의 소재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K성형외과의 경우 현장을 확인했더니 프로포폴 투여 횟수, 투여량 등 기재사항이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성형외과는 기재사항 누락의 혐의로 의료법에 의해 자격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지고, 형사고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프로포폴은 성형외과, 치과 등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으나, 일각에서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잠자는 약' 등으로 오남용된 사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의약품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보건당국도 얼마나 많은 오남용사례가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1곳도 없다"며 "허가된 증상에만 사용하면 되는데, 일부 의사들이 양심을 버리고 돈벌이에만 급급해 '피로회복' '잠자는 약' 등으로 처방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해 프로포폴이 정신적으로 의존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어 오는 6월까지 국내외 프로포폴 남용실태와 규제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사업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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