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명과학부 원핵미생물학 및 생명정보학 연구실은 4일 `공중화장실 좌대에 상존하는 병원균에 대한 연구조사 보고서'를 통해 서울 시내 공중 여자화장실 5곳의 서양식 변기에서 대장균군(群) 세균 17종 등 31종의 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천종식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팀은 사단법인 한국화장실협회의 의뢰를 받아 작년 10월30일 강남고속터미널 호남ㆍ경부선, 동서울터미널, 용산역, 서울역의 여자화장실에서 서양식 변기를 1개씩 골라 좌대와 덮개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묻어나온 세균을 배양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 여자화장실의 서양식 변기에서 평균 71만마리(10㎠당 3천800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
이는 작년 2월 발표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세균오염도 조사 당시 나왔던 지하철 손잡이(10㎠당 86마리)의 44배, 화장실 손잡이(10㎠당 340마리)의 11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사 대상 중 세균이 가장 많았던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 여자화장실에서 채취한 시료의 세균 수는 자그마치 200만 마리(10㎠당 1만마리)나 됐으나 가장 적었던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 여자화장실도 13만 마리(10㎠당 670마리)에 달했다.
검출된 세균 31종 중 8종류는 면역력이 낮은 환자나 노약자 등의 경우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균'이었다.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아시네토박터와 포도상구균이 각각 3곳과 5곳에서 검출됐으며 오염된 대변에서 발견되는 대장균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천 교수는 "이번 조사는 가을이 돼서야 실시됐으나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세균 번식이 더 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중화장실에 대한 주기적인 살균ㆍ소독처리와 위생 변기 시트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출된 세균 개체수를 비교할 구체적 기준이 없고 세균이 득시글거릴 정도로 비위생적으로 관리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