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질과 칼로리가 많은 음식은 수명을 단축한다는 통념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랑스에서 최장수 할머니들이 많이 사는 남서부 미디 피레네 지방은 살찐 거위나 오리의 간(肝)으로 만드는 별미 요리 `푸아그라'와 투박한 적(赤)포도주로 유명한 곳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5일 닭고기와 야채에 포도주를 넣어 조린 `코코뱅'과 `푸아그라',붉은 포도주 등으로 이름난 프랑스의 `장수촌' 카오르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 정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기름기와 칼로리가 많은 음식을 즐겨 먹는 프랑스 여성의 예상수명이 지난 해 84세 이상으로, 프랑스 남성보다 7살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일본 여성(85.6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 째로 높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여성의 예상 수명 80.1세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도 장수 할머니가 비교적 많이 사는 카호르의 경우 여성의 예상수명이 프랑스 전국 여성 평균치보다 1년이나 많다. 그렇다면 이 곳의 할머니들은 기름기 많은 `푸아그라'와 `코코뱅'에 적포도주를 곁들여 먹는데도 왜 그처럼 오래 살까.
프랑스 노인 연구 전문기관 `국립 인구연구소'의 자크 발랭은 "프랑스 남서부 지방의 경우는 정말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푸아그라'로 유명한 지역인데도 주민들이 가장 오래 살고 심장질환의 위험도 가장 낮다는 점이 건강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와 상식에 배치된다는 것.
이 지역에 사는 할머니들은 `푸아그라'나 `코코뱅' 등 평소 즐겨먹은 음식에 탐닉하더라도 `절제'를 잃지 않는 게 건강 유지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작년 10월 100세 생일 파티를 연 엘렌느 비아라르 할머니는 `코코뱅'과 카오르산(産) 적포도주를 좋아하고 때때로 `푸아그라'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오래 살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100살을 넘긴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예상수명이 1년에 평균 3개월씩 늘어나 금세기 말에는 여성의 경우 95세,남성은 91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성이 대체로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체질 자체가 더 강하다거나 건강을 보다 잘 챙기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고 스트레스를 덜 주는 직업과 생활 스타일 덕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해 100살이 넘은 할머니,할아버지가 1만 6천 명을 넘어서 7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2050년이 되면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이 15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 사회학자들 사이에서는 110세를 돌파한 `슈퍼 100세'라는 새로운 장수 노인층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푸아그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장수촌 카오르는 바로 이런 `슈퍼 100세'층이 탄생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생활 스타일과 쾌적한 기후,좋은 음식이 어우러진 이 곳은 프랑스는 물론 이웃 나라들의 노인들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자나 통계학자,의사들은 카오르에 사는 할머니들 처럼 왜 어느 지역의 노인들이 다른 곳의 노인들보다 그리 오래 사는 지 유전적,영양학적,심리학적 또는 생리학적 이유를 한 목소리로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나는 평생 어느 것도 지나치게 한 적이 없다"는 비아라르 할머니의 말에서 장수 비결의 일단을 짐작할 뿐이다. 그녀는 12년 전 사망한 남편과 살면서 한 번도 자동차를 소유한 적이 없고 일이 있을 때는 걸어서 나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했다.
지금까지 공인된 세계 최장수자는 장 칼망이라는 프랑스 할머니로 지난 1997년 프로방스에서 122세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