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0)…무리속에 미모의 두 여자
상태바
<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0)…무리속에 미모의 두 여자
  • 홍순도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2.09 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옆의 광평을 힐끗 쳐다봤다. 폭력배들의 등장이 조금 전의 일과 관련 있다고 직감적으로 판단한 광평이라고 특별히 문호와 다를 까닭이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전혀 예상 못한 듯 몹시 난감해 하고 있었다.

술이 많이 취한데다 상대가 워낙 수적으로 우세해 그가 아무리 무술의 대가라 해도 대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일부 무리 중에는 일본도를 찬 치들도 간간이 보이고 있었다. 일단 충돌을 피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쪽이 현명할듯 했다. 광평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형씨들, 오랫동안 기다렸소이다. 눈이 빠지는 줄 알았소."

둥야 호텔 저편에서 다가오던 무리들 중에서 날카롭게 생긴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말했다. 보통 키에 흰색 양복을 입고 있는 30살 전후의 청년이었다. 일행의 우두머리인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이유로? 우리를 알고 있을 리는 없을 테고. 우리는 당신들을 전혀 모르는데."

"아까 일을 잊었는지요? 형씨의 손에 우리 애들이 크게 당했는데요. 두 명이나 병원에 실려 갔어요.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거야 당신 부하들이 다짜고짜 내 친구에게 손찌검을 해서 그런 것이지 괜히 그런 것이 아니오. 그렇게 따지면 내 친구도 피해자 아니겠소."

"그 일은 우리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오. 하지만 이유도 모르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도 그다지 칭찬할 일은 아니오. 남의 불행을 그냥 넘기지 않는 형씨들의 정의감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고 싶기도 하오만, 경우야 어떻든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책임은 져줘야 하지 않겠소. 더구나 아까 형씨들 때문에 놓친 애들은 웃돈까지 주고 데려온 우리 사우나의 직원들이오. 그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거요."

광평은 기가 막혔다. 걸려도 된통 걸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당초 생각한대로 이 위기를 협상으로 벗어나는 길 밖에는. 그는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호에게 나서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보다 공손한 태도로 청년에게 물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미안하게 됐소. 그러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오.

"뭐, 어려울 것 없어요. 우선 우리의 전통적 징벌부터 받아야 하오."

"그게 뭐요."

"아까도 보지 않았소. 남녀 누구에게나 가장 치욕적인 신체적인 벌이요."

"아니 뭐요! 이 사람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문호가 광평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상대가 뭘 요구하는지 순간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광평 역시 청년이 말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렸다. 신체적인 벌이라는 것이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하도록 만드는 성적 폭행이라는 사실을. 그는 순간적으로 타이완 조폭들이 최근 조직을 배신하거나 반드시 보복을 해야 하는 상대에게는 치도곤을 내기 전에 먼저 성적인 폭행을 가하는 것을 새로운 불문율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빌어먹을! 광평은 속으로 가만히 부르짖었다. 자칫하면 평생 당해보지 못한 치욕적인 횡액을 당할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이 시선을 뒤로 돌려 무리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고갯짓을 했다. 무리 중에서 키가 다소 작아 보이는 젊은이들이 4명이 튀어나왔다. 광평이 태극권의 기본 공격 자세를 취했다. 여차하면 아무리 승산 없는 싸움일지라도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당초와 다른 의지가 그의 자세에서 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젊은이들 4명이 광평과 문호 앞에 거의 이르렀을 즈음 두사람은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그들이 머리를 짧게 깎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미모가 있어 보이는 젊은 여자들이었던 탓이었다. 두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쳐다봤다.

문호가 먼저 씨익 하고 짓궂게 웃었다. 굳이 폭행을 피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광평도 그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복이 굴러들어왔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강한 호기심이 동하는 것을 그는 분명히 느꼈다.

여자들은 둘의 앞에 다다르자 둘씩 짝을 지어 광평과 문호를 길 옆 담으로 빠르게 밀어붙였다. 일사분란한 행동이었다. 문호는 여자들의 얼굴을 목도하고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여자들의 얼굴이 폭력배의 일원이라고 하기에는 의외로 미모였던 것이다. 그는 세상에 이런 횡재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여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편안히 마음을 먹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