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한 의원의 상당수가 이날 공개 또는 비공개 발언기회를 빌려 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국정운영에 대해 참았던 말문과 격정을 숨김없이 쏟아냈다.
사회를 맡은 최용규(崔龍圭) 의원은 "가슴속에 품었던 말들을 쏟아내니 속이 다 후련해 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노 대통령의 문제점은 `오만.독선'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말실수'였다.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국민과 대화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하는데 어느 날 (노 대통령의) 큰 소리 한방이 모든 걸 날려보낸다"며 "실망감 속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큰 입만 있고 귀와 눈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제하고 "결심이 설 때까지는 어느 정도 듣지만 판단이 서버리면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는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훌륭한 후보감이지만 훌륭한 대통령감이었는가에 대한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기조발제문에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노 대통령의 문제점을 ▲반복적인 말실수 ▲코드인사 ▲인재풀의 한계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고집.오만.독선 ▲자주를 가장한 탈미적 접근 ▲당 배제 ▲편나누기 ▲뺄셈정치 ▲싸움의 정치 등 15가지로 정리했다.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4.15 총선 직후 노 대통령이 당선자들을 청와대로 부른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를 부른 사실을 회고하며 "자부심도, 기개도 넘치고 있었지만 한쪽 구석에 자만과 오만이 넘실거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농담 형식을 빌려 "노 대통령처럼 그냥 생각나는대로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우제창(禹濟昌) 의원은 "대통령이 잘못해서 개혁민주를 다 팔아먹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성토와 맞물려 현재 열린우리당 실패에 대한 진단과 분석도 뒤따랐다.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의 색채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실용과 개혁의 정체성 대립, `108 번뇌'로 불리는 초선들의 혼란상이 뒤엉킨 것이 최대 패인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강래 의원은 "급진좌파적 성향의 청와대 386참모들에다 개혁당 그룹, 108명 초선의 이질적 혼합성이 태생적 한계였다"며 "이로 인해 우리당은 무능.혼란.좌파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당.정분리로 인해 구심력은 과거 정당보다 훨씬 약화되고 원심력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화됐다"며 "당의 리더는 당정분리 실험 등으로 인해 과거 `선생님'에서 `반장'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규식(崔奎植) 의원은 "대통령의 그림자 안에 있는 한 통합 신당은 희망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고, 변재일(卞在一) 의원은 "항상 우리는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는 귀향활동만 해왔다"고 말했다.
그밖에 구(舊) 개혁당 그룹의 기간당원제, 원내정당화, 투톱시스템, 잦은 지도부 교체 등이 우리당 의 실패요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