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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게보린, 아이들에게도 마구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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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게보린, 아이들에게도 마구 판매
15세 미만에 금지됐지만 나이 확인 드물어..오남용 대책마련 시급
  • 김솔미 기자 haimil87@csnews.co.kr
  • 승인 2011.12.22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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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걸그룹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청소년들의 약물남용을 부추겼다며 눈총을 받았던 삼진제약의 ‘게보린’이 약국에서 여전히 연령 제한 없이 마구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통 및 해열 치료에 쓰이는 게보린은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이 구토·설사·어지럼증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15세 미만의 소아에게 복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보린은 2~3천이면 구입할 수 있는 값 싼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져 있어 과다 복용 후 병원 신세까지 지는 충격적인 부작용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삼진제약은 IPA 성분의 안전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판매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약국의 올바른 복약지도와 보건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15세 미만 청소년에게 게보린 판매한 약국, 총 8개 업체 중 6곳

“게보린 주세요.”
“(제품을 꺼내며)누가 먹을 건가요? 어린이들은 먹으면 안 되는데…….”
“엄마가 사오라고 하셨어요.”
“2천200원입니다.” (가양동 윤 모군)

“게보린 있나요?”
“(흔쾌히)여기 있어요.” (성수동 박 모양)

지난 21일 중학생 윤 모(남.14세)군과 박 모(여.13세)양이 약국에서 게보린을 구입하기 위해 약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윤 군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H약국에서 ‘엄마 심부름’이라는 간단한 대답으로 손쉽게 게보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날 윤 군은 실험대상이었던 약국 5곳 중 4군데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게보린을 구입했다. 단 1곳만이 윤 군의 나이를 문제 삼아 판매를 거절했다.

박 양 역시 손쉽게 게보린 구입이 가능했다. 이 학생은 성수동 인근에 위치한 약국 3곳 중 2곳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2곳 모두 나이도 이유도 묻지 않고 흔쾌히 제품을 판매했다.

결국 실험대상으로 선정된 약국 8곳 중 무려 6군데에서 15세 미만 청소년에게 제한없이 게보린을 판매하고 있는 것. 하지만 복용가능 연령에 제한이 있는 의약품 판매에 대한 약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관악구에 있는 A약국 약사는 “연령제한이 있는 약품이라도 그냥 판매하고 있다”며 “어려 보여도 부모 심부름으로 왔다고 하면 사실상 안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두 학생이 구입한 게보린 영수증. 실험대상 약국 8곳 중 6곳이 게보린을 판매했다.



◆ 구토·설사·어지럼증 등 피해 속출

손쉽게 구입한 게보린의 오남용은 10대들에게 구토나 설사,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시켰다.

실제로 온라인게시판에는 게보린이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믿고 과다 복용한 청소년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아이디 pas***을 사용하는 한 청소년은 “게보린 18알을 먹고 구토해 응급실에 갔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으며 free***은 “다이어트 중인데 게보린을 다섯 개 쯤 먹으니까 여섯 시간 동안 토하고 몸무게가 3kg 빠졌다”고 밝혔다.

또 아이디를 비공개로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게보린 10알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하던데 진짜인가요?”라고 질문하며 일명 ‘게보린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유명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게보린 다이어트' 피해사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환자가 게보린을 복용하고 발생한 부작용을 의료기관이 식약청에 보고한 건수가 5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게보린의 다이어트 효과는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식약청 관계자는 “보통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게보린을 수십 알씩 먹고, 구토해 일시적으로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인 것 뿐”이라며 약물 오용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 올바른 복약지도 및 대책 마련 시급

게보린 다이어트와 관련한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시중에서 제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은 올바른 복약지도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더군다나 최근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게보린을 비롯한 약물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 관계자는 “제품에 표기된 주의사항을 통해 15세 미만의 소아는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고, 약사회를 통해 각 약국에 복약지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한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삼진제약 측 역시 “영업사원이 약국에 판매할 때 복약지도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알리거나, 광고에도 의사와 상의 후 복용하도록 안내하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삼진제약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던 IPA 성분이 함유된 게보린의 안전성 입증 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며 결과는 내년 3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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