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대사관과 한국유학생회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대학에서 연수를 받고 있던 한국 모 정부부처 김모(45.사무관)씨는 11일 오후 9시10분께 모스크바 남서쪽 깐코바 지역 자신의 집 근처에서 괴한으로부터 얼굴 등을 폭행 당해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폭행을 당한 뒤 실신, 몇명으로부터 어떻게 폭행을 당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김씨를 숲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킨헤드 소행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2월 한국인 유학생 1명이 러시아 청년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치료를 받던 중 후유증으로 인해 한 달 뒤 숨지는 등 한국교민과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스킨헤드'들이 4월20일 히틀러 생일을 전후해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을 상대로 종종 공격을 가해 왔지만 최근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외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 인종차별 범죄가 러시아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초 중국인 유학생 2명이 모스크바 대학 기숙사 근처 숲에서 피살됐고 9월18일에는 이란 외교관 아들이 역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됐으며 이달 초에는 일본 대사관 직원이 폭행 당했다.
모스크바 소재 인권단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종 차별을 이유로 170여건의 피습 사건이 발생, 그 중 51명의 외국인이 살해되고 230명이 부상했다.
2005년에는 461명이 공격을 받아 그 중 47명이 숨졌고 2006년에는 피습당한 539명 54명이 숨지는 등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은 수도인 모스크바를 비롯해 니즈니노보고로드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단체 소장인 알렉산드르 브로드는 "`외국인 증오'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점점 대도시에서 지방 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약 6만여명의 소위 `네오 나치주의자'인 스킨헤드가 있고 그 수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러시아 사법당국이 이런 인종 차별적 범죄를 단순히 '훌리건의 행동'으로 치부하면서 사건 수사와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측은 오는 12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고 교민들과 유학생, 상사 주재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가급적 안내자 없이 야간에 혼자 외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며 최근에는 다중 장소에서도 심심찮게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