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우리 소영이와 소정이 쌍둥이 자매 꼭 살려낼 것입니다."
쌍둥이 중학생 자매가 똑같은 날에 함께 백혈병 진단을 받은뒤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울산시 동구 일산동에 사는 이재순(49.여)씨의 쌍둥이 딸인 명덕여자중학교 1학년 언니 고소영(14), 동생 소정이는 두달여전인 지난 8월20일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태어나 누가 언니 동생인지 구별하기 힘든 쌍둥이 소영.소정 자매가 백혈병도 똑같이 앓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를 접한 어머니 이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힘이 없어 보여 운동부족인가 싶어 함께 두 딸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구토를 해 병원에 데려가보니 모두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남편과 헤어진뒤 붕어빵 장사로 생계를 꾸려왔던 이씨는 "하루 종일 장사한다고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이런 병에 걸린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는 백혈병 진단 후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두 딸의 병을 낫게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다녔다.
쌍둥이 자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골수이식 수술이 유일한 희망. 하지만 실제 골수이식을 한다고 해도 생존율이 60% 밖에 안된다는 주변 이야기에 이씨의 애간장은 타들어갔다.
막내딸 소희(10.상진초등학교 4학년)의 골수 검사에 희망을 걸었지만 쌍둥이 언니들과는 맞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소영.소정 자매는 울산대학교 병원을 오가면서 검사와 수혈을 반복하는 등 통원 치료만 하는 방식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에게 들어가는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최근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내 보탠 이씨는 늘어만 가는 치료비 부담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이씨는 "아이들도 살고 싶어 한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을 꼭 살려낼 것"이라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쌍둥이 자매의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영.소정이 다니는 명덕여중과 지역 대기업인 현대중공업등에서는 모금운동과 헌혈증서 모으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또 동구청에서도 최근 성금을 보내오는 등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이들 가족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날부터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소영.소정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우리를 보살펴주기 위해 애쓰고 계신 엄마와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다"며 "빨리 나아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백혈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앞아 캄캄했지만 이제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이씨는 "하지만 우리 귀여운 쌍둥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