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만도 못한 에어백, 폐차 지경에도 꿈쩍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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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만도 못한 에어백, 폐차 지경에도 꿈쩍 안해
충돌 각도와 충격 강도 딱 맞아야 터져?...맹신하지 말아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11.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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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발생 시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어 현재 전 차종에 의무 설치돼있는 차량용 에어백이 정작 터져야 할 때 터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기본 장착 에어백 외에도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수 백만원을 들여 옵션상품으로 측면· 상단등에도 추가로 에어백을 설치하지만 기대와 달리 차량이 폐차될 지경으로 부서지는 사고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교통사고 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낭패를 겪었다는 피해 제보가 올해만 40여건이 넘게 접수될 정도로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

제조사 측 입장은 한결같다. 사고 피해나 차량 파손 정도와 상관 없이 충돌각도나 충격량에 따라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차량 구입이나 에어백 추가 장착시 이러한 변수를 고객에게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례1. 차량 폐차 지경에도 에어백 꼼짝안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2004년 1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BMW X5'차량을 구입했다. 지방 출장이 잦은 탓에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수입차를 고른 김 씨.

하지만 지난 7월 장맛비가 내리는 중부고속도로변에서 악천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앞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과속을 하진 않았지만 빗길에 제동이 잘 되지 않아 충격은 컸고 차량도 복구가 힘든 전손상태가 됐다.


▲ 추돌사고로 전손처리됐지만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는 김 씨의 차량.


운전자인 김 씨도 쇄골뼈에 금이가고 온 몸 구석구석 타박상을 입었다. 운전자와 차가 이지경이 되도록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든 김 씨가 제조사에 항의했지만 점검 결과는 역시나 "충돌 각도에 따라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이 전부였다.

김 씨는 "너무 화가 나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망가져 결국 폐차했는데 각도 타령이나 하는 제조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어이없어했다.

#사례2. 가드레일 정면 충돌에도 에어백 잠잠

서울 성북구 동선동4가에 사는 김 모(남)씨는 올해 초 시속70km/h로 간선도로를 달리다 차량이 미끄러져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머리가 찢어지고 여러군데 타박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량 내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의문이 생긴 김 씨. 고급사양으로 차량을 구매했기 때문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 직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제조사 정비센터에 차량을 맡기면서 의문을 제기했지만 제조사에선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직접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검증을 받으라는 식으로 대처해 결국 차량 폐차를 결정했다. 이미 차는 망가지고 몸도 불편한 상황에서 거대 회사와 맞붙을 여력도 시간도 없었던 것.

그는 "차량 구입 당시 에어백이 작동하는 기준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면서 "더욱이 정면 충돌이었는데도 터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어백의 존재 이유가 뭐냐"고 답답해했다.

쌍용자동차 측은 "충돌 당시 전방각도를 감안했을 때 에어백이 터질 수 없는 환경이었을 뿐 오작동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 접수된 에어백 관련 피해 제보 사진들.


◆ '먹통' 에어백 원인은?

제조사들이 말하는 '에어백이 터질 수 있는 각도'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제조사들은 정면 충돌 기준 시속 20~30km/h에서 전방 각도 30도 내외로 충돌 시 에어백이 터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결국 기준치 이상으로 달리다 차량이 전파될 정도로 사고가 발생해도 해당 각도안에서 충격이 발생하지 않으면 에어백은 무용지물이라는 것. 게다가 후방충돌시엔 실질적으로 에어백이 받는 충격이 없어 장식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후방충격 및 측면충격 등 충돌 각도에 따른 사각지대를 대비하기 위해 일부 제조사에선 고급 옵션으로 차량 크기와 유형에 따라 최대 14개까지 에어백을 장착하지만 시스템 특성상 충격 감지 센서에 일정량 이상의 충격이 감지되지 않는 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우리나라 내수용 차량에 장착된 에어백이 해외 수출용에 비해 낮은 등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가장 선진화 단계의 에어백이라고 알려진 3세대 스마트 에어백과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수출용 차량에 다수 장착된 것과 달리 내수용은 2단계 디파워드 에어백이 대부분이라는 것.

1세대 SRS 에어백보단 폭발력이 20~30% 감소돼 안전성은 향상됐지만 3~4세대 에어백에 비해 충돌 감지센서의 수도 적고 탑승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충격량만을 계산해 터지기 때문에 오히려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기준이 가장 엄격하다는 미국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충돌정도, 승객위치 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무게까지 고려해 에어백이 터지는 속도를 조절해 안전성을 높인 4세대 에어백을 의무장착 사항으로 못박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석 의무 장착 외엔 별도 기준도 없다.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차이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제조사에선 수입 조건때문에 설치하는 것이지 2세대 에어백이 4세대보다 못하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에어백을 무조건 맹신하기보단 안전수단으로서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의하면 교통사고 치사 감소율은 안전띠가 약 45%, 에어백이 10% 내외로 안전띠와 에어백을 함께 사용했을 시 치사율이 최대 55%까지 감소할 수 있다. 에어백을 무조건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에어백은 언제까지나 사고 예방의 '보조수단'이라는점을 망각해선 안된다"면서 "안전띠를 반드시 매고 약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뒷좌석에 앉히는 기본적인 자동차 이용습관부터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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