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이 비어 있는 손해보험협회장 자리에 또 '관피아'가 앉을지, 아니면 민간전문가로 물갈이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보협회는 지난해 8월 문재우 회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이후 10개월 넘게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직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가 최근에야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29일 1차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손보사들은 업계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협회장에 어떤 인물이 선임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무부 출신들이 회장직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최근 사회분위기상 '관피아'를 앉히는 데 적잖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손보협회 회장이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까닭도 지난해 금융가에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협회와 손보업계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섣불리 후임자를 고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손보협회는 최근 이근창 영남대 교수와 김용덕 숭실대 교수 등 민간 전문가 2명을 회추위 위원으로 선임하며 공정성 확보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추위는 이사회 멤버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이사를 맡은 회원사 대표 6명 가운데 5명만 회추위에 참석했다. 삼성화재 안민수 대표와 현대해상 이철영 대표, LIG손보 김병헌 대표, 롯데손보 김현수 대표, 서울보증보험 김병기 사장, NH농협손보 김학현 대표 등이 회추위에 참석하는 이사회 멤버다.
하지만 내달 이사회가 물갈이 되면서 이사를 맡은 회원사 대표 6명 전원이 회추위에 참석하게 돼 회추위 인원은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손보협회 차기 회장 후보로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경제 관료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민간 인사 중에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CEO를 모두 역임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과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 서태창 전 현대해상 사장, 김우진 전 LIG손보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관건은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역대 회장들 도맡다시피 했던 관행이 깨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몇 년동안 재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된터라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될 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손보협회 수장을 맡았던 안공혁 전 회장과 이상용 전 회장, 문재우 전 회장 등 3명은 전부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감사 등을 거쳐 협회장이 됐다.
역대 손보협회장 가운데 민간 보험사 출신은 이석용 전 회장과 박종익 전 회장 등 2명 뿐이다. 이석용 전 회장은 동양생명에 흡수합병된 태평양생명 대표 출신으로 2001년까지 협회장을 역임했다. 뒤이어 동양화재 대표 출신인 박종익 전 회장이 손보협회장을 맡았다.
손보협회는 손보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순수 민간단체임에도 역대 수장 중 다수가 재무부나 군 등 관료 출신이다보니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에 협회 입장을 제시할 때 민간 보험사 출신보다 관료 출신이 더 유리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관피아' 척결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라 관료 출신이 그 뒤를 잇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