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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표절 논란 '시끌'...육개장컵라면·볶음면 원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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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표절 논란 '시끌'...육개장컵라면·볶음면 원조는?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4.07.2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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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시 하대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마트에 유사 브랜드가 많다 보니 종종 원치 않는 물건을 살 때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 7월 초 마트에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사 온 이 씨. 조리하려고 봉지를 뜯는 순간 제품명이 팔도의 ‘불낙볶음면’인 것을 알아차렸다. 이미 봉지를 뜯은 데다 환불하기도 귀찮아 그냥 먹기로 결정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아다. 이 씨는 “제품명과 디자인이 흡사해서 착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기막혀 했다.

식품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이 ‘미투 브랜드’로 번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투(me, too) 브랜드란 경쟁업체의 인기 제품을 모방한 유사 제품을 일컫는다.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진입과 실패 확률이 적다는 점에서 식품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진 현상으로 최근에는 소송으로 번지는 등 업체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종의 표절로 볼 수 있지만 식품업계에 워낙 모방제품이 많은 탓에 미투 브랜드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내수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미투 제품들이 오리지날 제품 못지 않게 선전하면서 분쟁이 격화되는 추세다.


지난 5월 삼양식품은 팔도의 ‘불낙볶음면(2013년 11월 출시)’이 자사 ‘불닭볶음면(2012년 4월 출시)’을 표절했다며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사용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매출과는 별개로 제품명과 이미지가 매우 흡사하다 보니 소비자가 오인해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 가처분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팔도 측은 “모방이라기보다는 미투 제품으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볶음면 시장 활성화에 역할을 했는데 삼양식품에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팔도 '불낙볶음면'(좌)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팔도 관계자는 “‘팔도 비빔면’ 출시 이후 타 업체에서 ‘비빔면’을 제품명에 사용하거나 동일한 패키지 디자인을 차용했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며 시장 확대의 의미에서 미투 브랜드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작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삼양식품도 떳떳하지만은 않은 처지다. 농심의 ‘짜파게티’와 ‘육개장 사발면’을 베낀 ‘짜짜로니’와 ‘육개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개장 용기면은 농심의 ‘육개장’과 제품명이나 디자인이 매우 흡사해 단순한 미투 제품이 아니라, 베끼기 제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농심 '육개장(좌)과 삼양식품 '육개장'이 제품명은 물론 이미지가 매우 흡사하다.



업체들이 돌아가면 타사 제품을 베끼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서로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형편이다. 사실 미투 브랜드를 전혀 내놓지 않은 업체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리온이 1974년 초코파이를 출시한 뒤 롯데 쵸코파이(1979년 출시)에 대해 상표등록 취소 소송을 벌였다가 패소한 이력이 있고, 지난 2004년에는 자일리톨 껌 디자인 관련 상표권 분쟁에서 롯데제과가 승소했지만 자일리톨 브랜드는 일반명사로 분류돼 타사도 사용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일유업 ‘불가리아’와 남양유업 ‘불가리스’는 법적 소송 끝에 불가리아가 판매금지된 사례도 있다.

한편, 식품업체들이 미투 제품을 내놓는데 힘을 기울이다보니 독자개발을 위한 R&D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리온, 롯데칠성음료, 농심, 롯데제과, 하이트진로, 오뚜기, 동원F&B, 롯데푸드 등 10대 식품업체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0.57%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전년도 0.61%에 비해 하락한 수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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