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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설치 잘못해 벽 뚫리고 물 새도 보상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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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설치 잘못해 벽 뚫리고 물 새도 보상은 글쎄~
에어컨 정수기 등 민원 줄이어…소속 확인하고 피해 증거 챙겨야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07.3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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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나 정수기 등 구매 후 설치가 필요한 일부 가전제품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설치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제품뿐 아니라 누수 등 2차 피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지만 보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또 설치업체와 제조사가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고 보상범위를 두고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3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에어컨, 정수기 등 설치가 필요한 가전제품 관련 피해 제보를 집계한 결과 올해에만 300건이 넘는등 피해가 극심했다.

에어컨 배선을 잘못 연결해 설치 후 1달도 채 되지 않아 합선으로 불이 나거나(사진) 정수기를 설치한 후 물이 새 원목 바닥이 얼룩지고 썩어 들어갔지만 보상을 거부하거나 미뤄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히 에어컨은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달라 하자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일도 잦다. 에어컨은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삼성디지털프라자, LG전자에서 운영하는 LG베스트샵 등 제조사 직영 로드샵이나 공식 온라인쇼핑몰을 제외하고 일반 유통경로에서  구입할 경우 사설설치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샵은 판매지점별로,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등에서는 판매자별로 다른 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치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에 대해 정해져 있는 규정이 없는 셈이다.

에어컨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에 속해 있는 전문설치기사는 제품 특성을 모두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별로 제대로된 설치가 가능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본사에서 책임을 지지만 사설설치업체를 이용한 경우 설치 미숙으로 인한 문제는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정수기는 구입이나 렌탈 시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쿠쿠전자 등 제조사에 속해 있는 설치기사가 방문해 처리하고 있지만 누수 등의 피해가 상당 기간 사용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원입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치 과정에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피해 발생 시에는 먼저 사진 등 증거를 남겨둬야 분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 에어컨 설치하려다 온 집안 '벌집'돼...사설업체 이용 시 제조사 도움 못받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7월 초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에어컨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설치기사의 실수로 벽을 세 번이나 뚫어야 했던 것.

설치기사는 처음엔 충분히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 안내하고는 벽이 생각보다 두껍다 등의 핑계를 대며 여러 군데 구멍을 뚫었다. 심지어 빗물을 빼는 용도로 쓰이는 우수관을 망가뜨리고는 실리콘으로 막고 벽에 뚫린 다른 구멍을 내버려둔 채 에어컨을 설치하고 가버렸다.

에어컨을 가동시키자 배관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으며 우수관도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35만 원이나 주고 사람을 불러야 할 지경에 처했다. 누수 문제로 가구가 뒤틀리고 곰팡이에 대한 걱정까지 생긴 박 씨는 설치기사에게 항의했으나 우수관 보수비용의 절반인 18만 원만 보상해주겠다고 안내했다.

화가 난 박 씨가 제조사 측에 문의했지만 설치기사와 고객의 문제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박 씨는 “설치기사의 실수로 벽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 흉물스럽게 망가뜨려놓고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제조사에서는 왜 설치기사와 고객의 문제라고 발을 뻗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설치기사의 실수로 여러차례 구멍을 뚫어 흉물스럽게 변한 벽.


 정수기 설치 시 본체 파손, 누수 피해 입히고 나몰라라

지난 7월 중순경 정수기를 구입한 김 모(여)씨도 설치기사의 실수로 인해 불쾌한 일을 겪었다.

설치기사가 돌아간 후 제품 상태를 확인해보니 제품 오른쪽 위에는 못으로 뚫은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그 때문인지 옆면이 깨져 벌어져 있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또한 물받이 부분에 설치되는 소모품도 아예 빠져있는 상태였다.

▲ 설치 시 오른쪽 상단에 못 자국이 나 정수기


정수기 관리 비용 때문에 본사와 통화를 하느라 설치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황당한 나머지 사진을 찍어 본사에 보내니 현금으로 3만 원을 보상해 줄테니 그대로 제품을 쓰면 안 되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누가 새 제품을 이대로 쓰고 싶겠냐며 다시 항의하자 마음대로 하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판매처로 문의했지만 오히려 블랙컨슈머 취급이었다고.

김 씨는 “처음 설치한 제품을 일부러 구멍 내고 망가뜨리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않냐”며 “큰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제품을 쓰고 싶다는 건데 무조건 거부하는 태도가 어이가 없다”고 황당해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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