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현대그린푸드를 지난 7일 시티벤처캐피털파트너스(이하 CVC)와 위니아만도 지분 100%를 매입하는 MOU를 체결했으며 실사 후 인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은 생활가전 제조·생산 부문을 강화하고 유통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지가 제대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만도는 지난해 매출 4천129억 원, 영업이익 172억 원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2년 매출 8천579억 원, 영업이익 1천112억 원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 되는 실적이다.
2002년과 2005년에 자동차용 부품을 비롯한 여러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외형이 크게 쪼그라들었을 뿐 아니라 2007~2008년에는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2009년 생산직 300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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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위니아만도 실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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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
1999 |
1,433 |
155 |
93 |
|
2000 |
7,750 |
811 |
493 |
|
2001 |
7,605 |
1,025 |
631 |
|
2002 |
8,579 |
1,112 |
640 |
|
2003 |
6,389 |
223 |
73 |
|
2004 |
5,430 |
156 |
63 |
|
2005 |
4,267 |
332 |
212 |
|
2006 |
3,912 |
394 |
252 |
|
2007 |
3,475 |
-38 |
-198 |
|
2008 |
3,048 |
-66 |
-769 |
|
2009 |
2,951 |
14 |
17 |
|
2010 |
3,351 |
151 |
79 |
|
2011 |
3,796 |
204 |
127 |
|
2012 |
3,395 |
182 |
130 |
|
2013 |
4,129 |
172 |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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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융감독원 (단위 : 억 원) | |||
당시 위니아만도 실적이 급감한 것과 달리 주인인 사모펀드는 수천억 원의 돈을 챙겨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기계 공조사업부로 시작해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인해 흑자부도를 내고 1999년 사모펀드인 UBS캐피탈 컨소시엄(이하 UBS)에 매각됐다.
UBS는 2001년, 2002년 2차례에 걸쳐 1천350억 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수천억 원의 회사 유보자금을 챙겼다.
2005년 11월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CVC 역시 1천2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만도홀딩스를 합병하면서 부채비율이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2005년 142.6%였던 부채비율은 2006년 312.5%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 사이 CVC는 유상감자와 고배당을 통해 거액을 챙겼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위니아만도 직원들은 사모펀드에 치를 떨 정도다. 지난 4월에도 사모펀드인 KG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전직원들이 나서 사모펀드 매각 반대를 외치는 바람에 손을 떼기도 했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시장 점유율도 함께 떨어졌다.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를 내놓으면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3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사에서 집계한 점유율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현재 삼성전자와 위니아만도가 30%대, LG전자가 3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는 삼성전자가 업계 1위를 외치고 있으나 위니아만도는 인터넷 판매량을 집계하지 않은 수치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내수경기 부진으로 지난해 김치냉장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김치냉장고 시장이 연간 100만 대 이하로 떨어졌는데 김치냉장고가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위니아만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
또한 냉장고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으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워낙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어 새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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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피인수 업체 실적 추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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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현대리바트 |
한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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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츨 |
영업이익 |
순이익 |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
|
2011 |
5212 |
92 |
70 |
5088 |
1156 |
874 |
|
2012 |
5049 |
32 |
36 |
4964 |
710 |
641 |
|
2013 |
5546 |
128 |
73 |
4708 |
504 |
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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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융감독원 (단위 : 억 원) | ||||||
또한 위니아만도가 현대백화점에 인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리바트, 한섬 등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비유통계열사들도 ‘현대백화점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
2011년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리바트는 2011년 92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32억 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25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3%까지 오르는 등 3년 만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대로 패션업체 한섬은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오히려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인수 전인 2011년 영업이익은 1천156억 원에 달했으나 2012년 710억 원, 2013년 504억 원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다만 현대백화점 유통망을 바탕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와 수입 계약을 맺어 2017년까지 매출 1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전 대기업 사이에서 선방하던 위니아만도가 현대백화점의 유통망과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딤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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