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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 틀면 쾌적하다? 열나고 굉음나는 온풍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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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 틀면 쾌적하다? 열나고 굉음나는 온풍기 수준
소음 발열로 소비자 불만 높아...'KS규격'조차 없어 브랜드 믿고 샀다가 낭패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08.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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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 남구에 사는 조 모(여)씨는 지난 5월 홈쇼핑을 통해 브랜드 제습기를 50만 원에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홈쇼핑에서 소음, 발열 등을 잡았다고 광고해 구입을 했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니 4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바람으로 인해 찜통더위 속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홈쇼핑 측에서는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1~3도 낮아 그렇게 광고한 것이라며 제습기가 발열 증상이 있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또한 사용한 제품이고 초기 하자도 아니므로 환불이나 교환도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조 씨는 “고작 1도 차이 나는 것 가지고 발열을 잡았다고 광고하는 건 과장 광고 아니냐”며 “소비자는 체감하기 어려운데 항의하면 블랙컨슈머로 취급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가전업체가 너도나도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소음·발열 등 기본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습기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습기를 잡아 쾌적한 실내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구입했다가 참기 힘든 소음에다 뜨거운 바람과 발열까지 더해져 온풍기를 켜 놓은 듯 되레 고충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제습기는 습도가 높은 공기를 빨아들인 후 온도를 높여 습기를 제거하기 때문에 뜨거운 바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 같은 설명을 배제한 채 '순식간에 습기를 잡아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짧은 시간에 냄새 없이 빨래를 말린다'등 장점만을 내세운 광고로 소비자들로부터 과장 광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삼성전자, LG전자, 위닉스, 위니아만도 등 가습기 제조업체들은 신기술을 적용해 자사에서 이전에 내놓은 제품이나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쟁 제품보다 발열과 소음을 줄인 것이 맞다며 과장 광고 논란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입장이다.

‘쾌적하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습기를 줄였기 때문에 쾌적해진다는 것이지 시원해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

기능의 두고 불거진 논란은 제품 교환 및 환불 거부로 정점에 이른다. 가전제품의 경우 포장을 뜯고 1회라도 가동한 경우 반품이 불가능한 구조다. 기능상 하자가 아니기때문에 '소비자 단신변심'인데다 개봉 후 중고품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조사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제습기 소음 발열에 대해 'KS규격' 미정…제조사 '정상' 진단에 옴짝 못해 

결국 소비자가 제품 하자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소비자가 소음이나 발열이 심하다고 주장해도 서비스기사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하면 사실상 이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

의류처럼 제3의 심의기간이 있는 게 아니라 제조사의 판정에 전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음이나 발열에 대한 기준치가 없다보니 객관적인 비교조차 불가능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심하다’는 정도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제습기는 한국산업표준(KS)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음 및 발열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KS마크는 한국표준협회가 국내 공산품을 대상으로 부품이나 성능을 통일화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제습기는 시장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KS규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제습기 시장이 지난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화됐지만 제품 성능 문제를 지적하는 소비자 역시 함께 늘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소비자 불만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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