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기 제7홈쇼핑 설립 배경에는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홈앤쇼핑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정부의 의중에 깔려 있어 존재 의의마저 무색해졌다.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을 제외한 기존 홈쇼핑 업체도 중기제품과 농식품 제품으로 100% 편성한 이른바 ‘중기 전용 공익 T커머스’ 채널을 개국하겠다고 밝히면서 홈앤쇼핑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12일 정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확정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에 정부가 지분 51%를 보유하는 공영 홈쇼핑 채널을 신설한다.
중기제품과 농수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고 기존 홈쇼핑보다 낮은 판매수수료율로 중소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중기제품 전용 홈쇼핑 채널인 설립했지만 납품업체들의 방송수요를 흡수하는 등 공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3년 만에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홈앤쇼핑은 설립 당시부터 중기제품 편성을 80% 이상 하겠다는 조건을 붙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중기제품 편성율을 줄이고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대기업 제품을 배치하는 등 ‘수익성’을 올리는데 급급했다는 분석이다.
홈앤쇼핑은 설립 다음해인 2012년 중기제품 편성율이 83.6%에 달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80.9%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지난해 하반기 81.3%로 소폭 상승했다. 대기업 제품과 수입품 편성율은 20% 남짓한 수준으로 사업인가조건을 아슬아슬하게 맞추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과 판매율이 높은 프라임타임에는 대기업 및 수입제품 비중을 30%까지 올리는 등 돈벌이가 되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수수료율도 타홈쇼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앤쇼핑은 협력업체에게 평균 31.5%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홈쇼핑 중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GS홈쇼핑(37.9%)뿐 아니라 CJ오쇼핑(36.7%), 현대홈쇼핑(36.6%), 롯데홈쇼핑(35.2%) 등 대기업 홈쇼핑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홈앤쇼핑의 낮은 수수료율에는 꼼수가 숨어있다. 타업체들은 반품배송비와 AS비용을 포함해 수수료를 책정하는데 반해 홈앤쇼핑은 이를 따로 받으면서 ‘수수료율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이 비용은 매출의 5%로 알려져있어 홈앤쇼핑이 협력업체에 부담시키는 실제 수수료율은 36.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료율 1위인 GS홈쇼핑과 비교해도 0.4%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NS홈쇼핑(28.6%)보다 8% 포인트 가까이 높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 측은 반품배송비 비중이 매출의 3%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반품배송비 3%를 추가해도 총 수수료율이 34.5%에 달해 타홈쇼핑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인정하는 꼴이 됐다.
또한 5개 홈쇼핑이 결의해 만든 T커머스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은 데이터방송 상품 판매 시장에 중기제품 및 농수산물 제품을 100% 편성하는 홈쇼핑 채널 개국안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T커머스 면허가 없는 홈앤쇼핑을 제외한 홈쇼핑사들이 공익성과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사업영역이 겹치는 홈앤쇼핑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수수료가 높은 홈앤쇼핑보다 T커머스 등 다른 채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홈앤쇼핑 측은 제7홈쇼핑 등에 대해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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