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KB금융 수장들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로 확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즉각 사임했다.
이 행장은 4일 오후 2시30분 최 원장이 브리핑을 한 지 1시간여만인 3시30분께 사표를 던졌다. 최 원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모두 '중징계(문책경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임 회장의 거취를 포함해 KB금융그룹 경영진이 대거 물갈이될 지 주목된다.
최 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호 행장에 대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 원안대로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선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지주회사 임원이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중징계 사안의 경우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17일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발표 직후 이 행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KB금융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 1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사회 의견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지주와의 갈등에 골이 깊어지면서 사퇴압박이 심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사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열어 경영공백 상황을 직무대행체제로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남긴 했지만 이 행장이 물러남에 따라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이날 6시께 공식 입장을 밝혔다. KB금융은 그동안 더 큰 내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고 과거의 예로 봐서 제재심의 결과가 충분히 최종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KB금융는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서 주전산기 교체 관련 부당압력 행사 및 인사개입 등에 대한 오해, 즉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KB의 경영 공백을 메꾸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이번 제재로 인해 이 행장 후임을 비롯해 경영진에 대한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