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에서 분리돼 대만자본에 인수된 동양증권이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하면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끈다.
국내 증권업계에 외국계 증권사가 뛰어든 전례가 없었던데다 은행, 보험 등 다른 업종에서 한국에 진출했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탓에 유안타증권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은 지난 1일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 황웨이청)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동양증권의 주식 1억500만 주(지분율 53.6%)를 2천750억 원에 인수한 대만계 유안타 시큐리티스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를 동양증권 대주주로 승인한지 5개월 만의 일이다.
그동안 유안타증권은 인수합병 등 회사의 변화에도 ‘동양’이라는 명칭을 버리지 않았다. 이번에 명칭을 바꾼 것은 동양그룹 사태로 훼손된 ‘고객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사인 대만 유안타증권은 금융그룹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의 계열사로 대만 내에서는 위탁영업 부분에서 1위, 채권인수와 기업공개(IPO)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 167개의 영업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자본 규모는 한화로 3조2천억 원 정도로 한국의 대형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외국계 1호 증권사라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몸체는 한국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외국자본이 경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문화와 경영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은행, 보험업종에서 외국계 금융기업이 국내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든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유안타증권이 '외국 금융기업 잔혹사'를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로 영국최대 보험사이자 세계 5위 보험그룹인 아비바 그룹은 2008년 우리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내 생명보험업계로 진출했으나 올 6월 농협금융지주에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하며 국내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1982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홍콩상하이은행(HSBC) 역시 지난해 개인금융 업무를 폐지하고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해 만든 HSBC생명보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한국을 떠났다.
이들 기업 모두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고 수익성과 성장성 악화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유안타그룹이 대만과 홍콩, 중국 등에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화권 시장을 공략에 집중한다. 특히 유안타그룹은 해외 금융상품 도입이나 중국·대만 기업 IPO, 인수합병 활성화 등 중화권 투자자본 유치에 주력할 방침이다.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사장 직속 TF를 구성해 중국·대만·홍콩 주식, 금융상품, 투자은행(IB) 부문을 3대 축으로 중화권 전문 증권사로 거듭 나겠다는 목표다.
또 기존 동양증권의 최대 강점이었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 회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동양증권은 과거 1인당 5천만 원까지 원금 보장이 되는 종금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CMA분야에서 독주행진을 이어갔다. 동양그룹 사태로 지난해 6월말 7조6천억 원에 달했던 CMA잔고가 사태 직후인 9월 말에는 3조 원대까지 떨어졌고 10월 이후에는 1조 원 미만으로까지 줄어들면서 대규모 고객이탈을 겪었다.
올해 들어 CMA잔고가 2조 원대 이상으로 복구되고 있어 이번 사명 변경과 함께 영업활동을 재개하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서명석 사장은 1일 출범식에서 “유안타증권은 국내에서 아시아를 가장 잘 아는 증권회사로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부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사명을 바꿔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과거 CMA신화, 소매시장의 강자, IB명가라는 명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100대 그룹 중 하나인 푸싱그룹이 현대증권 인수에 나서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앞으로 중화권 자본의 국내 진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손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