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출시 당시만 해도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카카오페이에 신용카드사들이 잇달아 참여하면서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결제가 크게 늘고 있어 카카오페이가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다만 보안성과 서비스 중복 등의 문제가 카카오페이의 활성화에 걸림돌로 남아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어플리케이션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한 후 쇼핑몰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만으로 지불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전업계 신용카드사 9곳 가운데 현대카드(대표 정태영)와 롯데카드(대표 채병정), BC카드(대표 서준희)만 참여해 카드업계의 외면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삼성카드(대표 원기찬)와 KB국민카드(대표 김덕수)가 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신한카드(대표 위성호)와 하나SK카드(대표 정해붕)가 이르면 이달말부터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9개 전업계 카드사 중 우리카드(대표 강원)와 외환카드(대표 권혁승)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통해 카카오페이에서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들 카드사는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카카오페이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바일 결제 금액은 3조1천9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9%나 증가했다. 2013년 1분기부터 살펴봐도 꾸준하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한카드의 위성호 사장은 지난 10~11일 125명이 임원 및 부서장이 참석해 열린 하반기 전사 대토론회에서 “최근 외부환경은 단순히 ‘빠름’을 넘어 카드업을 뒤흔들 ‘무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카드사들도 더 이상 'Plate'에 국한되지 말고 'Smart'를 지향할 시점이다. 20년 넘게 체득한 카드 DNA까지 버릴 각오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모바일 결제로 전환되고 있는 업계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3천700만 명 가량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에 기반을 두고 있어 카드사에겐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매력적인 카드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한 달 동안 가입자가 120만 명을 넘어서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역시 안정성이다. 카드사는 올 초 개인정보 유출로 큰 곤욕을 치렀다. 실제 카카오페이 출범 초기 카드사의 보안 우려로 참여가 지지부진 했었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보안시스템은 결제 시 필요한 개인정보와 카드정보를 암호화한 후 사용자 스마트폰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LG CNS 측의 데이터 센터에 분리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만일 카카오페이에서 개인정보를 유출될 경우 참여한 카드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카드사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카드사는 카드 결제부터 승인까지 모든 구간을 암호화하고 가상 카드번호를 사용하는 방안을 카카오페이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다음카카오 측이 보안 문제에 대해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휴대폰의 분실·해킹의 경우 개인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며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에선 현 상황이 카드사와 카카오페이의 불편한 동거라는 입장이다. 각 카드사가 서비스 중인 앱카드 등이 카카오페이와 겹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카카오페이를 경쟁자가 아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와의 협력을 고객이 자신들의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창구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카카오페이의 등장은 또 하나의 플랫폼이 생긴 것 일뿐, 경쟁자가 생겼다고는 보고 있지 않다”며 “다만 PG(지불결제사업자)의 경우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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