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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의 민원 해결은 '판매자 연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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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의 민원 해결은 '판매자 연결'까지만?
중개업체라 상품이나 거래의 책임 거의 없어 ..법 개정 목소리 높아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10.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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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강북구에 사는 전 모(여)씨는 지난 9월 중순경 신혼가전을 사기 위해 최저가 사이트와 오픈마켓 등을 찾았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다양한 물품을 돌아보던 중 유독 한 곳 가격이 일반 오프라인 매장보다 100만 원 가량 저렴한 200만 원 선에서 모든 제품 을 판매하고 있었다. 구미는 당겼지만  불안했던 전 씨는 "현금 결제 시 더 할인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카드로 결제했다. 우려대로 며칠 후 해당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고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한 후 카드결제 취소 신청으로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전 씨는 “오픈마켓에서 등록된 업체라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결제했던 것인데 사기 사이트인 것을 알고 오픈마켓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중개업체’일 뿐이라고 강조하더라”라며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임 모(여)씨는 최근 오픈마켓을 통해 의류를 싼 값에 구매했지만 잘못 올린 가격이라며 일방적으로 취소를 당했다. 황당한 마음에 오픈마켓에 항의했지만 결국 판매자와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는 안내가  전부였다. 결국 판매자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고 오픈마켓 측은 중개업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대응했다. 실제로 홈페이지 하단에는 ‘오픈마켓은 거래당사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로, 입점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정보 및 거래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표기하고 있었다. 임 씨는 “수수료를 받아 장사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픈마켓의 무책임한 태도에 소비자들의 원성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개별판매업체가 아닌 대형 오픈마켓의 이름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만 정작 문제가 생긴 중요한 순간에는 책임있는 중재 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품 불량이나 교환, 환불에서 부터 가품 의혹까지 다양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간만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있는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등과 달리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은 통신중개업자로 분류돼 있어 많은 책임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은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임을 표기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개업자는 말 그대로 장터를 열고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준 뒤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뿐 판매자가 어떤 물건을 파느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제품 하자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불만 있는 소비자를 판매자와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다. 판매 제품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소셜커머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 오픈마켓 책임 강화 요구 높지만 전자상거래법 개정 발의안은 '계류중'

오픈마켓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자 ‘통신중개업체의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오픈마켓과 포털 등 중개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 동의하며 지난 3월 김용태 의원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소위조차 이뤄지지 않고 계류 중인 상태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판매자에 대한 신원 제공 의무가 생기는 동시에 청약철회에 대한 대금을 중개업자가 책임지게 된다. 소비자가 오픈마켓을 신뢰해 제품을 구매하는 만큼 오픈마켓 사업자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를 올해 정책 방향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올해 안에 법 개정은 물건너가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오픈마켓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판매자와 동등한 책임을 지게 되진 않겠지만 현재 수준보다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중점처리법안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상정 이후 아직 진척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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