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고등법원이 자녀들에게 아버지를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사는, 올해 9세와 13세 난 형제는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도록 하라는 지난 3월 가정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고등법원으로부터 아버지를 안 볼 권리도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가정법원은 어린 형제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심리적 상처를 받았다는 전문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에게 아버지와 만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프레드 세이머 오클랜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형제가 지난 해 8월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아버지가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4년만에 갑자기 나타남으로써 이들이 불면증이나 야뇨증에 시달리는 등 심리적 상처를 입었다면서 아이들이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견을 재판부에 제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법원의 로런스 라이언 판사는 형제가 그 정도 문제는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아버지와 자주 만나는 게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주디스 포터 고등법원 판사는 항소심에서 아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버지에게 아이들과의 접촉을 인터넷이나 편지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아동보호법에 따른 이번 판결에 대해 한 가족법 전문가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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