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극세필터가 머리카락 잡는 용도?...'아리송' 광고
상태바
극세필터가 머리카락 잡는 용도?...'아리송' 광고
소비자 오인 우려 전문 용어 남발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6.04.18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오 모(남)씨는 최근 여름을 대비해 온라인으로 에어컨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미세먼지까지 잡기 위해 ‘극세필터’가 들어간 제품을 구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세먼지용 필터는 따로 있었던 것. ‘미세’한 먼지를 잡는 ‘극세’필터가 아닌 큰 먼지나 머리카락 등만 걸러주는 필터였다. 다행히 제품을 설치하기 전이라 여러 차례 항의 끝에 제품을 환불받기로 했지만 억울함이 밀려왔다. 오 씨는 “극세라는 뜻만 생각하면 소비자가 오해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고 판매하는데 잘못 알고 구매한 소비자는 억울함을 어디다 호소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160412ss.jpg
▲ 온라인으로 에어컨을 구매한 소비자가 '극세필터'라는 용어에 속았다고 억울해 했다.
#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외장하드를 구매했다가 생각보다 적은 용량에 깜짝 놀랐다. 백업용 외장하드로 1TB짜리를 구입했지만 컴퓨터에 연결해 확인해보니 용량이 930GB에 불과했던 것. IT 문외한인 이 씨는 용량이 부족한 외장하드가 불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장하드 회사에 항의했더니 정확한 설명 없이 원래 그렇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뒤늦게 검색을 해보고서야 ‘원래 그렇다’라는 설명을 이해했다고. 이 씨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업계 방식이라고 말해 황당했다”며 “잘 모르는 소비자들을 농락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16041222.jpg
▲ IT업계에서는 저장매체의 용량을 10진수로 표기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용량 부족을 지적하고 나섰다.

가전업체나 IT 등 전문업계에서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용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혼한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행상’ 자주 쓰는 용어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오해의 여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판매하는 에어컨·공기청정기 등의 경우 안에 ‘극세필터’가 장착된 제품이 있다. 소비자들은 ‘극세’라는 용어가 주는 어감에 따라 아주 미세한 먼지까지  걸러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활먼지, 애완동물의 털, 머리카락 등 큰 먼지를 걸러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황사나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필터는 '초미세먼지필터', '헤파필터' 등 업체별로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구입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사례 속 오 씨의 경우처럼 극세필터에 대해 잘못 알고 구매했더라도 이를 취소하면 ‘고객의 변심’으로 왕복 배송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외장하드, USB, 스마트폰 등 저장매체의 용량 표기 방식 역시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1TB 용량의 저장매체를 구매했더라도 실제로 컴퓨터에 연결시켜보면 용량이 한참 부족한 일을 겪는 것.

이는 2진수로 인식되는 컴퓨터와 10진수로 표기하는 인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1TB는 2진수로 표기하면 1024GB지만 10진수는 1000GB로 표기된다. 때문에 실제 용량이 9999억 byte라면 업계에서는 1TB로 표기하지만 컴퓨터가 인식하는 용량은 1024로 나눠 931GB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장장치 제조사들은 대부분 2진수가 아니라 10진수로 계산한 용량을 표기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국제 표준 역시 10진수 표기가 기준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오해의 여지가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아무리 업계 용어로 쓰인다고 하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