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④]소비자원 조사에 객관성 더해 줄 ‘시료 수거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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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④]소비자원 조사에 객관성 더해 줄 ‘시료 수거권’ 필요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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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보호의 토대가 되어야 할 소비자기본법도 해마다 개정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가운데 주요 사항에 대해 기대효과와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고 용혈요독증후군, 일명 ‘햄버거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이 들썩였다.

조사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일부 업체 햄버거 패티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된 걸 알아냈지만 업체 측은 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소비자원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어체들은 소비자원이 햄버거를 운반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료 수거권이 없는 한국소비자원이 직접 매장에서 햄버거를 구매해 조사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문제를 안고 있는 제품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원인 규명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상황에서 '시료'의 적합성을 둘러 싼 논란으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소비자기본법에서는 한국소비자원의 업무에 대해 시험·검사 또는 조사를 위해 필요한 시료를 확보하기 위한 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시료 수거권 등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각종 안전성 검사에서 언제든 실효성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졌을 때도 시료 수거권이 없는 한국소비자원은 검찰, 경찰 등 정부기관의 협조를 받아 시료를 수거해 조사할 수 있었다.

◆ 시료 수거권 개정...생활 속 촘촘한 안전 조사 및 강화 확보

먹거리 등 다양한 제품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 공포는 커져만 가는데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추구하는 전문기관인 소비자원의 권한에는 각종 제약이 걸려 있다. 현행 규정에서는 소비자원의 '시료' 요청을 기업들이 거부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29일 김선동 의원 등 10인이 '소비자기본법' 제52조에 예외조항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에 묶여 있는 상태다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위해방지 조치 등에 대한 사업자의 협조의무 신설 및 소비자원의 수거권과 시료제출명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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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서는 △사업자에게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소비자원의 위해방지조치에 응할 책무를 부여 △한국소비자원이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위탁을 받은 경우 물품 수거와 시료 제출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제품의 안전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 건은 소관위 심사에서 수정가결된 상태로 지난 11월28일 법사위에 회부됐다. 법률 개정까지 이어지려면 법사위와 본회의 심의에서 통과해야 한다.

소관위에서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은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됐다.

우선 시료 수거권은 각 개별법에 따라 시료 요청과 시험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한국소비자원에 동일한 권한이 부여된다면 이중규제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식품위생법', '약사법' 등에서는 위해식품이나 품질관리 등을 위해 관련 업체에 출입, 검사, 수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식약처에서는 현재 개별 법률에 따라 관리되는 제품은 시료 제출대상에서 제외해야 중복시험으로 인한 국민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소관위에서는 소비자원에서 자체적으로 시료수거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되 자의적 수거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한 내에 시료수거 사실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혹은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보제공, 피해구제, 안전·거래 등 조사, 시험·검사 등과 관련해 한국소비 자원에 검사, 자료제출, 현장출입, 시료수거 등을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소관위 심사에서 대안으로 나왔다.

◆ 업계 긍정적 측면에도 권한 남용 등 우려 

소비자원 측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다른 부분에서 더 많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요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시료 수거권이 부여되지 않아 어려운 상태"라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횟집 수조의 수질 관리나 미생물 오염, 유해물질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도 수조의 물을 살 수 없는 데다 사업자가 시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제재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시료 수거권이 확보되뎜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 더 다양하고 넓은 분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원에 시료 수거권이 부여될 경우 가장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기업업 관계자는 "라돈 침대처럼 사회적 여론이 수렴된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반적인 경우 문제 발생 전 조사를 위한 시료 요구는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료 제출에 대한 기업의 비용 부담이 고려돼야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세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에 대해서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시료 제출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기본법에 이를 명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서호의 오지은 변호사는 한국소비자원의 ‘시료 수거권’ 부여에 대해 “어떠한 실태를 점검하고 그 이후 보완 등 소비자기본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지 않나”라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오 변호사는 “이제까지는 소비자원이 필요한 경우 다른 정부기관의 협조와 도움으로 일회성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각각의 사태에 대한 임시방편이 될 뿐이었다”며 “공식적으로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규격화되고 정규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놓음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료 수거 과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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