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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실태 평가 3년 주기로 바꿨더니...금융사는 '환영', 소비자단체는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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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실태 평가 3년 주기로 바꿨더니...금융사는 '환영', 소비자단체는 '불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12.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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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가 매년 평가에서 3년에 한 번씩 '평가 주기제'로 개편된 데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제도개편의 주요 이유였던 금감원과 금융회사의 업무부담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됐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또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평가를 받은 뒤 2년 간 자율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실태평가에서 받은 지적 사항을 보완·적용할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생긴 점도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 쪽에서는 동일 업권 내에서도 금융사별로 평가 주기가 달라 소비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금융사를 비교,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중간 등급에 평가 결과가 몰리면서 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져 금융사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금융업권 "평가부담 완화 체감... 업무 부담 줄었다" 환영

우선 금융회사들은 평가부담 완화를 체감하고 있다. 과거 금융회사들은 매년 평가를 받으면서 지적사항을 개선할 여유도 없이 이듬해 바로 평가 준비를 하느라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3년 주기 평가제도로 개선되면서 충분히 지적사항을 반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져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역시 제도 개편 당시 금융회사의 평가부담 완화를 제도 변경의 주된 이유로 꼽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평가를 받지 않는 연도에도 자율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주기제가 도입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 평가에 대한 업무 부담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2~3년 간 실태평가 기준 항목이 계속 바뀌어서 평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내년까지 3개년도 평가를 실시한 뒤에야 대략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신중한 입장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년도 평가항목과 변경된 내용이 있어서 다른 금융회사와 평가 환경이 달랐다"면서 "평가항목의 변경도 형평성을 위해 3년주기로 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소비자단체 "객관적 비교 더 어려워졌다.. 변별력 문제 부각"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평가주기가 3년으로 길어지면서 오히려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역량은 떨어지고 동종업계간 비교가 어려워져 소비자들이 금융회사 선택에 있어 실태평가 결과를 참고하기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을 예로 들자면 지난해 평가를 받은 KB국민은행과 올해 평가를 받은 신한은행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계량/비계랑 평가 항목에 대한 평가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최근의 금융환경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환경이 매년 급박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3년마다 평가가 이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 조건에서 금융회사를 비교할 수 없다"면서 "종합등급에 따라 금융회사에게 주어지는 이익 또는 불이익이 사실상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금감원 평가가 잦은 제도개편을 거치면서 변별력이 크게 약화돼 소비자들에게 금융사를 선택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취지가 크게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이 운영하고 있는 현행 제도로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고, 금융사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분발해야 할 유인도 별로 없으므로 현재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다시 도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평가 주기제가 도입되면서 특정 등급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가 주기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전체 평가대상 금융회사 중에서 '양호' 또는 '보통' 등급의 비중이 50% 내외였지만 개편 이후에는 80% 이상이 '보통' 등급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실태평가에서는 평가 대상 금융회사 30곳 중에서 종합등급 '보통'을 받은 회사가 26곳으로 그 비중은 86.7%에 달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별력이 사라져 금융회사 선택시 실태평가 결과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수'나 '양호'와 같은 좋은 등급을 받았을 때 금융회사의 실질 이익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실태평가가 올해부터 금소법 상 법제화가 되어 오히려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최소한의 수준 정도만 갖추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우수나 양호 등급을 받으려면 더 많은 투자와 의지를 보여야하는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비용이니 금감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만 충족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해진다"면서 "우수나 양호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회사들이 투자한 만큼 상쇄할 수 있는 이점이 없다는 점도 금융회사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금감원 "미흡 이하 등급 나오기 힘들어... 양호 이상 등급 많이 받도록 역량 강화"

평가 주체인 금감원은 평가 대상 금융회사들이 실태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어 낮은 등급인 '미흡'이나 '취약' 등급은 나오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실태평가가 법제화가 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태평가가 법제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최소한의 요건들을 다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미흡한 회사가 드물다"면서 "KDB생명의 경우 민원이 많아 이번 평가에서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수'와 '양호' 등급을 받는 회사들이 적은 원인에 대해서는 평가항목 다수를 최고 수준으로 받아야하는데 대형사들은 고객 수에 비례해 민원건수가 많고 중·소형사들은 민원이 적지만 대형사에 비해 소비자보호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평가에서 종합등급 '양호'를 받은 신한은행은 비계량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평가대상 기간에 사모펀드 관련 민원이 많아 민원건수에서 '보통'을 받는 바람에 종합등급 '우수'를 아깝게 놓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보호실태가 더욱 개선돼 종합등급 '양호'를 받는 금융회사가 많아지도록 실태평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별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미흡' 또는 '보통'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들에게 금감원 자체적으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해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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