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최근 몇년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자산운용사 인수와 사모펀드 출자, 저축은행 인수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근에는 마유크림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수십억 원의 배상 부담을 지게 됐고, 자회사에 대한 지원으로 재무건전성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성장하고 있는 리테일과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 개선이다. SK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2%나 줄었다.

위탁매매업(브로커리지) 순이익은 2021년 -127억 원에서 지난해엔 -396억 원으로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자기매매업(트레이딩)은 같은 기간 355억 원에서 9억 원으로 97%나 급감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 증시 부진, 부동산 PF 자금 경색 등의 요인으로 실적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은 0.84%로 전년 4.21% 대비 3.37%포인트나 하락했다.
또 SK증권의 지난해 영업순수익 커버리지(판관비 대비 영업순수익)는 107%로 낮게 나타났다. 수익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준인 14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SK증권이 규모(자기자본 약 6000억 원) 대비 고정비 성격이 강한 판관비가 유독 많기 때문인데, 지난해 2688억 원을 지출했다. 비슷한 자기자본 규모를 가진 부국증권, 한양증권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또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노린다는 명분하에 감행한 지분투자로 재무건전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자회사 MS상호저축은행의 BIS비율이 9.5%까지 하락하자 1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사를 실시한 바 있다. MS상호저축은행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으나,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이 8.25%에 달하는 등 부실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다. SK증권은 앞서 지난 2021년 말 390억 원을 들여 MS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SK증권은 이외에도 트리니티자산운용(100억 원), 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10억 원), 이지스자산운용(150억 원), PTR자산운용(70억 원), 리오제이호사모투자합자회사(260억 원) 등을 인수하는데 총 980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SK증권의 재무건전성 지표에 부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SK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48.4%로 지난 2019년 360.2%, 2020년 320.7%, 2021년 265.6%에서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마유크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해 하나증권 등에 60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악재도 이어졌다.
수익성 악화와 크고 작은 악재가 겹치면서 신용등급도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일 SK증권에 대해 수익성이 계속 부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관련 재무 건전성 부담이 존재해 등급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SK증권의 기업신용등급(A)과 파생결합사채(A), 후순위사채(A-)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각각의 신용등급은 기존대로 유지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당장 신용등급 자체를 강등하지는 않지만 1∼2년에 걸쳐 재무 상태를 관찰하면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에는 SK증권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후순위사채 신용등급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약화된 시장지위 ▲높은 고정비 부담 지속 등으로 저하된 수익성 ▲중·후순위 부동산금융, 자회사 지원 등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부담 등이 주된 이유였다.
SK증권은 지난달 31일 김신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전우종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 SK증권 대표로 선임된 김 대표는 올해 연임으로 10년째 장수 CEO 타이틀을 이어가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 1987년 쌍용증권으로 증권업계에 뛰어들어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사장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 30년 이상 경력의 증권맨이다. 채권 브로커 출신으로는 업계 최초로 대표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김 대표 외에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서 10년 이상 재임 중인 CEO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대표(14년) 뿐이다.
SK증권 관계자는 "불안정한 업황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책임경영을 위해 김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SK 브랜드 사용에 대한 계약이 만료되면서 제기된 사명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기존대로 계약을 갱신한다는 입장이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7월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SK그룹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나 기존대로 연간 10억 원 수준의 SK브랜드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면서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다.
대기업이 주는 신뢰감 등 후광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SK그룹과 아무 관계가 없는 데다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였을때도 3년 마다 계약을 했었기 때문에 올해도 계약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사업영역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새로운 사업영역 특히 디지털과 ESG영역에서 미래성장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ESG영역에서는 ESG 실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사업, ESG 금융사업 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토큰증권 영역에서 관련 벤처기업과 함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조각투자분야에서 계좌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원혜진 기자]